컴퓨터유통시장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유통시장을 주도해 온 중소유통업체들이 쇠락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을 내세우면서 컴퓨터유통시장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중반. 컴퓨터유통시장이 형성되던 당시만해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상가업체및 일부 컴퓨터관련 제품 수입업자들이 유통사업을 벌이면서 시장규모확대와 더불어 점차 사업을 확장해 왔다.
이어 지난 90년대초부터 이들 업체들이 전국규모의 유통망을 갖춘 전문유통업체를 설립하면서 세력을 확장했으나 최근 상당수의 업체들이 장기간의 시장침체와 제품가격 폭락에 따른 이윤축소로 전업내지는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했다.
대기업들 가운데 대리점 절대수가 극히 적거나 자체 유통망이 취약한 일부업체들이 이틈을 이용해 유통업체들의 합병및 인수작업에 돌입하면서 컴퓨터유통시장 참여를 시도했다.
대기업들은 컴퓨터유통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단기적인 이윤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첨단 분야의 유통사업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유통시장 참여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대기업들은 오히려 유통시장의 침체로 기존 중소업체들의 경영난을 심화함으로써 기업인수및 합병(M&A)이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이라는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상운, 소프트라인등 오랫동안 유통시장을 지켜온 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진 반면 대우통신, 해태전자, 두고그룹등 대기업들은 지분참여 형식으로 세진컴퓨터랜드, 소프트타운, 두고정보통신(전 토피아)을 통해 시장에 간접 참여해왔다.
대기업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간접참여를 벗어나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직접 참여방식으로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지분투자를 근거로 한 경영권참여와 장악을 시도하는가 하면 지분전체를 인수하는 동시에 인수한 유통업체를 자사 계열사로 편입시키고 있다.
지난해 대형 유통업체인 토피아(현 두고정보통신)에 일정한 지분을 투자한 두고그룹은 최근 지분을 1백%로 확대하는 한편 사의를 표명한 전 심재현사장 대신 그룹계열사의 이세우사장을 신심 대표이사로 선임하는등 토피아를 완전 인수 그룹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두고그룹은 특히 토피아를 두고정보통신으로 사명을 바꾸는 한편 기존 유통점 명칭을 PC라인에서 컴마을로 개명하는등 기업이미지 작업까지 실시해 컴퓨터유통시장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해태전자도 이달말까지 사의 표명의사를 밝힌 신근영사장 대신 자사의 임원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현재 50%정도의 지분투자율을 1백%로 끌어올기로 하는등 컴퓨터유통시장에 직접 참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통신 역시 세진컴퓨터랜드의 구매와 자금관리분야의 경영권장악에 나서는 한편 지분투자율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등 영향력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용산의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유통시장의 주체가 중소업체에서 대기업들으로 대체되면 외국업체와의 경쟁력강화, 거래물량의 거대화와 AS등의 체제 정비등에 유리할 수 있으나 독과점에 의한 소수업체의 가격주도나 취약한 유통구조로 인한 시장안정성 결여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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