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그룹, 리드프레임시장 진출..안성 공장 97년 10월 가동

현대의 위성그룹인 성우그룹(회장 정순영)이 반도체 핵심재료인 리드프레임시장에 진출한다. 삼성항공, LG전선에 이은 성우의 리드프레임시장 참여로 반도체 3사는 모두 자사 계열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갖게 됐다.

성우는 안성 미양공단내 1만5천평의 부지에 1천억원을 들여 10개의 에치드 리드프레임 생산라인을 구축해 내년 10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고, 2000년까지 1천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10개 라인을 증설, 월 4천만개(2백8핀 기준)의 생산능력을 갖춤으로써 日 DNP社, 도판社에 이어 세계 3위의 에치드 제품 생산업체로 올라설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성우그룹은 이를 위해 지난 5월 성우전자(대표 정몽훈)를 설립했으며 이달 초 아남반도체기술(대표 김무)과 에치드 리드프레임 핵심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내달부터 안성공장 착공에 들어가는 한편 현재 40여명의 인원을 생산직을 포함해 5백50명 수준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에치드 리드프레임은 기존 스템핑 방식 제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제품개발 기간이 짧아 소량 다품종 제품에 적합해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제품으로 성우전자는 생산물량의 50∼70%를 현대전자와 아남산업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수출할 방침이다.

올해 4억달러를 넘어선 세계 에치드 방식의 리드프레임시장은 매년 2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 2000년에는 전체 리드프레임시장의 절반 이상인 26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업계는 이번 성우의 리드프레임시장 신규참여로 그간 삼성항공, LG전선 등 대기업 계열과 풍산, 삼남, 아주엑심, 아남반도체기술 등 전문업체들이 이끌어온 리드프레임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며 특히 중소 전문업체에 의해 주도돼온 에치드 제품시장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우의 리드프레임시장 참여는 지난 5월 성우전자가 설립되면서부터 점쳐져 왔다. 시멘트 등 건설에 주력, 전자분야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던 성우가 느닷없이 성우전자를 신설, 총수인 정순영 회장의 3남인 정몽훈 회장을 선임할 때부터 「굉장히 큰 사업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성우는 이와 관련, 『시장조사 초기에 인쇄회로기판(PCB)와 리드프레임 두개의 신규사업이 고려됐으나 우선 순위에서 시장이 유망한 리드프레임이 낙점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산이 일정 궤도에 오르는 시점에는 수출이 대다수 물량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이번 리드프레임시장 참여가 현대전자 등 계열사 수요 중심이 아닌 세계시장 공략에 주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성우의 리드프레임시장 신규참여가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사항은 국내업체간 전략적 제휴에 의해 이루졌다는 점이다. 성우는 리드프레임 장비 선정을 놓고 일본의 몇몇 업체와 국내 아남반도체기술 사이에서 고심하다가 막판에 대만과 말레이시아에 장비를 수출해 호평을 받은 아남쪽으로 기울어졌다는 후문이다. 전자분야에서의 경험이 전무한 성우로서는 리드프레임 생산장비 선정이 사실상 사업성패의 중요한 관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아남반도체기술과 손잡고 과감하게 리드프레임시장에 뛰어든 성우의 결정은 그간 외국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에 익숙해 온 국내 반도체업체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하튼 이번 성우의 리드프레임시장 신규참여로 국내 리드프레임 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일단 현대의 적지 않은 물량이 성우로 돌아가고, 조립물량의 키를 쥐고 있는 아남산업의 물량도 이번 장비계약으로 성우쪽에 어느 정도의 우선권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그룹사인 성우의 시장참여가 반도체 핵심재료산업의 저변을 넓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삼남, 아주엑심 등 전문업체들을 고사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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