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HDTV 동향과 전망

미국이 NTSC 컬러TV방식을 국가표준으로 정한 것은 1953년이다. 해상도가 35 사진필름의 4분의 1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70년대 들어 TV기술이 성숙하면서 각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HDTV 개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72년부터 NHK를 중심으로 방송기기를 포함 10억달러를 투입, 이른바 「하이비전(Hivision)」이라는 일본 고유방식의 HDTV를 개발했다. 이를 84년 열린 일본 쓰쿠바(筑波)박람회에서 선보였고 88년 서울올림픽때에는 세계 처음으로 이를 이용해 중계방송했다. 일본 통산성은 당시 95년 세계 HDTV 시장규모가 1조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장미빛으로 보았다.

그러나 일본의 HDTV방식인 하이비전은 치명적인 2가지 결함이 있었다.첫째 대역폭이 넓어 제한된 공간주파수를 유효하게 활용할 수 없고, 둘째 아날로그방식으로 영상의 압축과 신장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컴퓨터나 디지털 통신망과 친화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90년 말 미국 GI(General Instrument)는 마치 일본의 허점을 찌르듯 「디지털방식 HDTV」를 발표했다. 뒤이어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계획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영상정보화(multimedia)는 전자산업 발전의 핵심과제가 된 것이다. 컴퓨터와 TV의 융합, 네트워크화를 통한 고화질 영상정보의 전송은 정보화시대를 맞아 궁극적인 목표가 됐으며 디지털 HDTV는 첨단 영상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현재 선진 각국은 아날로그TV를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하는 노력과 함께 디지털 HDTV의 실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HDTV에 필요한 영상, 음성의 압축과 신장, 그리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반도체 개발은 전자산업 전반에 걸쳐 불가결한 기술이 되다시피했다. 세계 각국이 HDTV의 실용화를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멀티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통신법」을 개정, 정책인프라를 정비하고 아날로그TV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등 HDTV 성장기반을 조성했다. 현재 미국은 디렉TV, USSB, 프라임스타 등 5대 위성방송 사업자가 수백채널의 디지털방송에 착수하고 있다. 또 지상방송 사업자는 위성 및 케이블TV 멀티채널을 둘러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미디어와 품질차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HDTV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디지털방송은 당분간 멀티채널과 HDTV의 양극화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5월 9일 ATV(Advanced Television:미국 디지털 HDTV방식 명칭) 규격안을 승인했다. 이 규격은 GA(Grand Alliance:HDTV 개발참여 업체연합)가 작성한 것으로 HDTV 표준화단체인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 Committee)와 FCCC의 자문기관인 ACATS(Advisory Committee on Advanced Television Service)로부터 이미 승인을 받은 바 있다. 현재 FCC는 이 규격안에 대해 관련 컴퓨터업계와 미디어산업계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한편 CBS계열 「WRAL-TV」는 지난 6월 FCCC로부터 HDTV 실험방송을 위한 면허를 받아 「WRAL-HD」가 가동될 9∼10월부터 실험방송에 착수할 예정이며 PBS의 WETA국과 NBC계열 WRC-TV국도 올 연말 워싱턴에서 HDTV 실험방송에 착수한다.

미국은 이같은 일련의 시험을 거쳐 내년 말이나 98년 초 ATV의 본방송에 착수하고 오는 2012∼2013년에는 ATV방송으로 전면 전환할 방침이다.

유럽의 디지털방송 표준화작업은 DVB가 담당하고 있다. 해당영역이 위성, 지상, 케이블TV, SMATV(Satellite Master Antenna Television System) 및 MMDS(Multipoint Microwave Distribution System) 등 폭넓다. 유럽은 이미 지난 94년 위성 및 케이블TV의 표준화안을 작성하고 95년 12월에는 이를 유럽규격으로 확정했다.

지상방송(DVB-T)시스템은 기본적으로 LDTV, SDTV, EDTV, HDTV로 구분, 디지털 지상방송의 표준을 작성해 나가고 있다. 지상파방송 표준은 95년 12월 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됐고 올해 3월에는 유럽 표준화기관인 ETSI에 의해 prETS-300-744로 승인됐으며 공개질문절차를 거쳐 이달 말 정식규격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ITU는 오는 11월 지상 디지털방송에 대한 세계표준규격을 정하기 위해 워킹그룹인 「TG11-3」로 하여금 DVB-T에 관한 성능증명서를 작성토록 했다. 유럽에서 디지털 지상방송의 변조방식은 미국의 8VSB방식과 달라 COFDM방식을 채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나라가 서로 인접해 있는 유럽은 주파수사정이 까다로워 COFDM 변조의 특징을 살린 SFN(Single Frequency Network)을 목표로 하고 있다.

DVB-T규격에는 FFT(Fast Fourier Transform)크기에 따라 2개의 패러미터(2k, 8k)를 두어 나라마다 전파사정에 맞게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위성방송(DVB-S)의 표준은 FSS(고정위성서비스) 및 BSS(방송위성서비스)대역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할 위성중계기의 대역폭에 따라 전송 패러미터는 다르게 된다.

올들어 프랑스 카날플뤼와 독일 키르히는 아스트라위성을 사용해 각각 30채널 및 18채널, 이탈리아 키르히는 유텔셋(Eutelsat)으로 19채널, 북유럽 넷홀드(NetHold)는 아스트라로 13채널의 디지털 위성방송을 개시했다. 이들은 모두 DVB규격을 채택하고 있으나 수신자측 세트톱박스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유럽에서는 이밖에 B스카이B를 비롯, 5개사가 디지털 위성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의 정책목표를 보면 유럽 각국은 우선 디지털 위성방송에 착수하고 97년부터 디지털 지상방송을 개시함과 동시에 HDTV가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은 지난 86년 5월 유고슬라비아 드브로브닉에서 열린 세계 방송관계회의에서 세계 HDTV 방송방식을 그들의 하이비전으로 통일하자고 제안했으나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자 이듬해 6월 3일에는 정식으로 하이비전 시험방송에 착수했다. 하지만 90년 미국 GI가 디지털 HDTV기술을 발표해 일본의 자존심과 꿈은 여지없이 깨졌다. 아날로그방식인 하이비전을 추진해 왔던 일본 우정성도 초기 디지털 HDTV에 소극적이었으나 94년 2월 돌연히 태도를 바꿔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당황한 NHK와 가전업계가 우정성의 계획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정성의 자문기관인 「멀티미디어시대를 맞이한 방송모습에 관한 간담회」가 작성한 보고서을 보면 일본은 2000년대 초 아날로그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작년 5월 「주식회사 차세대 디지털방송시스템연구소」를 설립, 유럽의 DVB처럼 OFDM 변조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동시에 디지털 방송계획을 수립했다. 우정성은 표면적으로 당분간 디지털 HDTV방식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97년 정지궤도에 올릴 BS-4 방송위성에서는 하이비전 채널을 1개만 두고 나머지는 모두 디지털화할 태세이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볼 때 방송행정에 책임을 지고있는 우정성으로서는 「디지털 HDTV」로 마음이 굳어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일본 전자업계도 겉으로는 「하이비전 견지」를 내세우고 있으나 뒤로는 모두 디지털 HDTV용 반도체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미쓰비시전기가 미국 AT&T와 제휴, 디지털 HDTV용 반도체 개발에 착수한다는 발표만 보더라도 이를 능히 짐작한다.

HDTV는 21세기의 미디어 매체로 디지털방송의 핵심을 이룰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디지털화로 채널이 증가하고 프로그램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양에서 질로 이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일본정부와 업계는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실제로는 디지털 HDTV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통신위성(CS)을 이용한 퍼펙TV의 디지털방송이 정상화할 때쯤이면 디지털 HDTV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HDTV 개발논의가 무르익어감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90년 HDTV시스템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다행스러운 일은 처음부터 우리가 정한 시스템 개발목표가 디지털방식이었다는 점이다. 그같은 덕으로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4년만인 93년에는 디지털 HDTV 개발에 성공, 대전엑스포에서 시제품을 전시할 수 있었다.

이때 만든 HDTV의 모든 부품은 우리 손으로 개발한 것으로 재생된 영상화면은 일본의 하이비전과 비교해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에 사용한 회로는 20장 전후의 PCB로 구성되어 있어 그 크기는 HDTV보다 용적이 큰 케이스를 사용했고 소비전력도 2가 넘었다. 당초 목표했던 HDTV시스템 개발에는 비록 성공했으나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회로를 반도체(ASIC) 속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또다른 과제가 남게 되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95년부터 다시 HDTV용 반도체에 대한 범국가적인 공동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현재의 진행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99년까지 경쟁력 있는 반도체 개발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HDTV에 필요한 반도체는 주로 신호변환, 제어 및 화상과 음성처리에 필요한 첨단기능을 가진 것으로 현재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이의 개발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이다.

이번에 공동개발할 반도체기술은 HDTV 뿐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각종 첨단 전자제품에 모두 이용해야 할 기술로 여기에서 습득한 기술은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위상을 한층 높여줄 수 있는 반도체다. 뿐만 아니라 D램에 편중되어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구조개선은 물론 이를 계기로 우리 반도체산업은 또다시 약진을 거듭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필자 약력

유 영 준 (柳 榮 俊)

1936년 서울출생.

1955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60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졸업

1963∼1978년 상공부 전자공업과장

1979∼1984년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1984년 대우전자 전무이사

현재 전자부품종합연구소 HDTV단장

주요논문 「전자공업 20년사(상품편)」 「전자공업 육성시책의 재정비」

저서 「알기쉬운 텔레비전」 「멍청한 정치 넋빠진 경제」 「돈 많은 일본 가난한 일본인」 「오늘의 정치 내일의 경제」 「재벌과 관료의 자질」 「병든 사쿠라는 가지를 쳐야 한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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