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미국 유명업체 아성 허문 SW업계 거인들 (6)

<트렌드마이크로(대만)>

『도스환경에서 조그만 규모로 컴퓨터바이러스 방역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시장이 이 정도로 커질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닥터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대만 트렌드마이크로社의 스티브 창 회장이 지난 6월 서울을 방문했을 때 한 말이다. 한국 현지법인 트렌드코리아의 공식 출범을 위해 내한했던 창 회장은 컴퓨터 바이러스의 확산, 특히 인터넷의 열풍으로 바이러스 감염 경로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 오히려 회사를 급성장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컴퓨터산업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PC업체 에이서와 마이텍, 마우스 생산업체 로지텍, 스캐너업체 마이크로텍, 주기판 생산업체 소요 등 유명 기업들은 물론 소규모 중소업체들도 개미군단 형태로 세계 컴퓨터 및 주변기기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로지텍 같은 경우는 세계 마우스시장 점유율이 70%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드웨어산업에 비교해 볼때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이렇다할 업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바이러스 닥터 스티브 창은 「대만의 빌 게이츠」로 통했고 그가 설립한 트렌드마이크로는 「대만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 이제는 「아시아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52년 대만에서 출생한 스티브 창은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던 부모의 일을 도와주면서 「성공한다는 것은 한가지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대만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어 80년대 휴렛패커드에서 재직중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던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눈을 떴다.

88년 캘리포니아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스티브 창은 한 사람의 직원과 함께 트렌드마이크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도스용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 개발을 첫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이 회사는 설립 7년 만인 95년에 1억2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세계 백신시장의 40%를 점유하는 독보적 존재로 부상했다.

현재 트렌드마이크로의 주력 소프트웨어 개발분야는 일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과 네트워크 보안용 백신이다. 이가운데 특히 네트워크 보안용 백신소프트웨어분야는 전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단일 환경으로 통합되는 요즘 가장 전망있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분야 경쟁사로는 샤이엔, 맥아피 등 쟁쟁한 미국 기업들이다. 그러나 트렌드마이크로는 시장 변화를 선도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신기술 개발과 정확한 솔루션 제공 등으로 이들을 따돌리고 있다.

트렌트마이크로는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스티브 창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개발자 대부분이 대만에 상주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사무실은 마케팅 창구일 뿐이다.

트렌트마이크로를 출세시킨 제품으로는 「PC시린」 「랜데스크 바이러스 프로텍트」 「인텔 이더넷 익스프레스16」 「패스트무브」 「PC시린95」 「인터스캔 바이러스월」 등이다.

이 가운데 PC시린은 전형적인 일반 PC용 백신으로 다른 제품의 기본이 된 제품이다. 노벨의 「넷웨어」를 지원하는 「랜데스크 바이러스 프로텍트」는 트렌드마이크로가 네트워크용 백신 솔루션 제공자로서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한 제품이다. 「인텔 이더넷 익스프레스16」은 최초의 바이러스 방역 네트워크 카드로 알려진 제품이고 「패스트무브」 역시 최초의 휴대형 PC백신이다. 이들 백신 시리즈는 현재 전세계 50여개국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트렌드마이크로는 바이러스 감염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 「윈도95」 운용체계가 출시되면서 거의 동시에 「PC시린95」를 발표, 성가를 올리기도 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또 인터넷이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합할 조짐을 보이자 즉시 유닉스용 「인터스캔 바이러스월」을 출시하는 등 기술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현재는 이들 유닉스버전을 SCO의 「유닉스웨어」와 넷스케이프의 인트라넷 제품군에 번들공급하는 계약을 맺는 등 상쾌한 출발을 하고 있다. 또 윈도NT시장이 활성화함에 따라 올해 안에 「인터스캔 바이러스월/NT」와 「PC시린/NT」를 내놓을 예정이다.

트렌드마이크로가 바이러스 방역 프로그램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와 같이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구조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술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PC시린95의 경우 전용 전자게시판(BBS)이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바이러스 패턴을 자동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능은 경쟁사들이 엄두도 못내는 기술이다. 유닉스용 인터스캔 바이러스월의 프록시 서버 개념 역시 지금까지 다른 업체에서 이루지 못했던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유닉스용 인터스캔 바이러스월은 트렌트마이크로의 미래를 이끌어줄 새로운 승부수로 떠올랐다. 인터스캔 바이러스월은 인터넷을 통해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실시간으로 검색, 차단하는 제품으로 트렌드마이크로의 발빠른 대응 전략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제품으로 통한다. 이 제품은 특히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다 들어 있다는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마음놓고 구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인터넷과 관련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해커의 침입과 바이러스 유입이다. 많은 소프트웨어회사들이 해커의 침입을 막기 위한 파이어월(방화벽)이나 암호기술 등 다양한 해결책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유입을 막아줄 바이러스월은 트렌드마이크로가 거의 독보적이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처음부터 인터넷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주목은 현실로 그대로 재현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의 실행파일뿐 아니라 일반 문서파일에도 컴퓨터바이러스가 침입해 인터넷 전자우편 등을 통해 전세계에 동시 다발적으로 창궐하게 된 것이다.

트렌드마이크로는 현재 바이러스 백신 외의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선보이는 것이 이 회사의 기업적 매력이다. 이같은 매력이 결국 자고나면 위치가 서로 바뀌는 소프트웨어업계에서 트렌드마이크로가 부동의 자리를 지킨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트렌드마이크로의 또다른 성공배경으로는 능력 위주의 인력 채용과 현지화라는 경영방식의 독특함을 들 수 있다.

92년 출범한 일본 지사의 직원 4명은 모두 고졸의 경험도 없는 풋내기들이었다. 그러나 트렌드마이크로는 이들의 성장가능성을 높이 샀다. 결국 이들 4명의 고졸 출신이 뿌린 땀으로 현재 일본트렌드마이크로는 일본내 시장 점유율 80%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일본 최고의 유통업체인 소프트뱅크가 밝힌 소프트웨어 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순위 10위까지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품이 휩쓴 가운데 유일하게 「바이러스 버스터(PC시린95의 일본명)」가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경험과 함께 무엇보다도 창조적인 능력을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트렌드마이크로사의 인력경영인 것이다.

트렌드마이크로의 세계화 전략은 철저하게 현지화에 기반을 두고 진행된다. 현지 시장은 현지의 전문가를 발굴,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현지의 전문가들과 공유함으로써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스티브 창 회장은 한국 방문시 현지화에 대해 『제품의 현지화와 경영의 현지화로 구분할 수 있다』며 『제품의 현지화란 예컨대 한국산 바이러스 퇴치에 가장 효과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며, 경영의 현지화는 한국 시장을 가장 잘 아는 한국인이 지사를 경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현재 12개국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올해 안에 이를 22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설립된 말레이시아 지사의 경우 문을 연 지 3개월 만에 2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이런 성장배경은 트렌드마이크로의 현지화 전략이 유효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술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인간중심의 경영을 통해 트렌드마이크로는 오늘날 세계 SW시장에서 작은 거인으로 우뚝설 수 있었던 것이다.

〈김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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