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시장 개방을 두려워 말라. 국내 설비 설계 캐드시장은 우리가 맡는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 중 자채 개발 프로그램이 거의 없이 대외 종속도가 가장 심한 부문은 캐드(CAD)다. 특히 건축에 사용되는 설비 설계 프로그램은 아예 불모지나 다름없다.
배영테크시스템(대표 김석현)은 이런 환경 속에서 설비 설계 프로그램을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 이미 삼성건설을 비롯한 국내 유명 건설 관련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배영테크가 개발한 「프라임」캐드는 건축설비 설계사무소의 업무능률 극대화를 겨냥, 「빠른 도면작업」과 「정확한 물량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제품은 건물의 기본설계에서부터 시공 및 준공도까지 관리가 가능하고 오토캐드와 1백% 호환성을 갖춰고 있으며 다른 시스템에서 작성된 도면도 DXF 변환을 통해 출력할 수 있다.
「프라임」은 풀다운 메뉴와 대화식 입력방식을 도입, 초보자도 손쉽게 활용토록 배려했고 프로그램에 의해 모든 부재를 그릴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치수의 정확도와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배영테크가 주목받는 것은 기존 건축설비에 관한 노하우를 완벽히 축적한 전문업체가 그것을 바탕으로 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지난 93년 설립된 배영테크시스템의 모기업은 국내 건축설비부문에서 30여년동안 부동의 정상을 지키고 있는 배영설비이다. 배영설비는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관공서, 삼성전자의 국내 및 중국, 미국 등 반도체공장 설비를 담당한 이 분야 전문기업이다.
이 때문에 실제 건축설비 노하우에 캐드를 접목, 국제경쟁력을 배가하고 있고 「실전」에 강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가 불모지인 국내 설비 캐드시장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에 도전한 것은 김석현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그는 동종업계 최초의 2세 경영인이다. 해외의 선진기업과 기술을 일찍부터 접해온 그는 모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뿐 아니라 내년 개방을 앞둔 국내 설비시장을 고수하기 위해서도 독자 캐드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배영테크시스템이라는 독립기업을 만들고 연구팀을 투입했다. 현재 8명인 캐드개발팀은 1년여를 거의 합숙하면서 국내 최초의 PC베이스 설비 설계 프로그램을 탄생시키게 됐다.
배영테크의 연구진은 퇴근하기를 싫어한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장비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신입 연구원이 입사하면 『사용하고 싶은 연구장비를 마음껏 적어내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그 희망을 모두 들어준다. 배영테크는 또 개발팀의 시야확대를 위해 한해 두번씩은 꼭 해외 유명전시회나 박람회를 참관토록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것도 모자라 개발팀원에게 「안식월제도」까지 시행하고 있다. 보다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작업스케줄대로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배영테크는 아직까지 국내 설비 설계사무소의 캐드사용 마인드가 부족, 제품의 질에 비해 보급은 더딘 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건설시장이 개방되는 내년 이후에는 어차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캐드도입이 불가피, 한국실정에 적합한 「프라임」 보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사장은 앞으로 중국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공장 설비를 담당하면서 시장조사는 물론 자사의 캐드프로그램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판단이 배경이 되고 있다. 건설붐이 일고 있는 중국에서 탄탄한 기술력과 현지실정에 맞는 프로그램 버전업을 앞세운다면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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