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집] 전자산업 대변혁-기로에 선 PC산업

국내 PC산업은 다시 도약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

PC의 한해 판매량이 2백만대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확대되고 우리 손으로 개발한 중대형컴퓨터 주전산기가 이제는 품질을 인정받아 공공기관 뿐아니라 금융기관 등 일반상용시장에까지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CD롬 드라이브, HDD, 모니터 등 관련 주변기기의 생산은이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규모 측면에서나 제품생산 측면에서 한국은 세계 주요 컴퓨터시장 및 생산기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외형적인 면에서 화려한 모습을 갖고 있는 국내 컴퓨터산업이 최근들어 중대한 기로를 맞고 있다.

그동안 안방시장으로만 여겨졌던 내수시장이 외국 컴퓨터업체들의 거센공세로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좁혀져가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는 외국 선진업체들이 신제품의 조기출시로 국산 제품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정품목에서는 국내업체들간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오히려 국산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사례까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산업의 근본적인 구조개선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세계 컴퓨터환경의 변화에 뒤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정보화시대에서 컴퓨터산업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곧바로 우리나라가 정보화시대에서 2류 및 3류국가로 전락한다는 것을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 컴퓨터산업의 경쟁력이 상실된 것은 컴퓨터산업 관련 제품들 대부분이 부가가치가 낮은 조립산업으로 전락되면서 누가 제품을 값싸게 만드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는데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90년대 초 세계 컴퓨터시장에 첫 선을 보인 대만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세계 제2위의 컴퓨터샌산국으로 부상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국내 컴퓨터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크게 일반적인 환경과컴퓨터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일반적인 상황만을 살펴보면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대만의 업체들과는 달리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기업을 운영해 상대적으로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있으며 수입되는 부품에 부과되는 관세 또한 대만의 4%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8%에 이르고 있다.

또 대부분이 중소기업형태를 띠고 있는 대만업체들은 대기업 위주의 국내PC업체들과는 달리 생산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여기에 국내업체에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불함으로써 가격경쟁력에서 당연히 국산제품을 앞설 수 밖에 없다. 최근 국내 컴퓨터업체들이 첨단관련 부품의 무관세화등을 정부에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컴퓨터 주변환경과 관련된 요인으로는 대만의 경우 전 세계 컴퓨터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배후에 두고 있어 가장 먼저신기술을 접할 수 있으며 우수한 부품들을 신속히 구입이 가능해져 품질경쟁력에서도 국산제품에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컴퓨터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과 함께 이들 제품을 시험, 완제품에 적용하는 대상업체로 대만의 기업들을 선정, 이에 관련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이제 보편화 되고 있다.

가격경쟁력 및 품질경쟁력에서 앞선 대만산 제품이 세계 컴퓨터시장에서국산제품을 밀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해외시장에서의 문제가 곧바로 국내시장에까지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한국 시장을 겨냥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컴퓨터메이커들이 한국시장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이제는내수시장마저 이들 외국컴퓨터업체들에게 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컴팩, 씨게이트, 미쓰비시 등 세계적인 PC 및 주변기기 메이커들이 한국내에 현지법인 및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외국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파상적인 공세형태는 한국 사용자들을겨냥해 개발 당시부터 한국의 엔지니어가 본사에 파견돼 제품설계에서부터참여하는게 보편화되고 있으며 아예 한국산 제품의 가격에 맞춰 제품가를 별도로 책정하는 등 한국시장 만을 겨냥한 대대적인 판촉전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 PC에 들어가는 칩셋은 물론 CD롬 드라이브 및 각종 멀티미디어 카드시장은 이미 대만산제품이 상당부문 잠식해 국산제품의 설자리를 빼앗아가고 있으며 국산제품의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는 이들 수입제품들이 국내업체들 보다 먼저 가격인하경쟁을 유도하고있으며 신제품출시를 앞당겨 국내 업체들을 당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컴퓨터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우리의 최대 경쟁상대국인 대만의 업체들과는달리 국내 업체들의 경우 부품에서 주변기기, 완제품생산에 이르는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CD롬 드라이브, 모니터 등이 세계 정상급에 진입했으며 HDD 등이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있고 메모리, TFT LCD 등 핵심부품들도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어 CPU 등 일부 품목만 제외하고서는 순수 국산제품에의해 완제품의 조립이 가능하다는 것.

컴퓨터가 이같은 각종 부품 및 주변기기의 총합체라고 한다면 이들 주변기기 및 부품이 세계 일류수준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은 곧바로 완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컴퓨터산업이 정보화시대에서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국내 컴퓨터산업의 좋은 조건들을 어떻게 활용해국제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국내 컴퓨터업계 종사자들의 최대과제라 할수 있다.

최근들어 국내 컴퓨터업계가 원가절감을 위해 핵심부품의 공동구매, 주문생산 등 유연한 생산시스템의 구축에 나서는 한편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첨단정보수집 및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현지법인을 잇따라 설립하고 외국 유명업체들과 기술적 제휴를 통해 첨단기술확보에나서고 있는 것은 바로 국내 컴퓨터산업의 경쟁력확보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실제 PC업계가 올들어 PC수출을 재개하면서 과거 OEM이나 마더보드위주의 수출에서 탈피, 비록 적은 양이지만 자체브랜드를 부착해 완제품으로수출을 본격화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데스크탑PC 보다는 노트북PC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국내 컴퓨터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업계의 노력과 함께 중소부품업체들의 육성, 정보인프라 의구축, 첨단산업 관련 부품에 대한 관세 및 금융비용의 인하 등 정부차원의대대적인 지원책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과거 국내 컴퓨터산업이 저임을 앞세운 저가공세로 명맥을 이어왔다면 이제 21세기를 눈 앞에 둔 지금에는 보다 앞선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고부가가치를 찾을 수 있는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범국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양승욱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