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품이 부품업계의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반부품을 생산해온 대부분의 업체들이 정보통신부품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고 정보통신부품 전문업체들도 잇따라 출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등 전자부품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부품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강한 인식이 부품업체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부품업계는 이제 정보통신부품 시장에서 또 한번의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치고 있다.
부품업체들의 정보통신부품 사업 참여가 이처럼 불과 1∼2년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최근 개인휴대통신(PCS) 등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가 속속 도입되면서 정보통신용 부품 수요가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부품 시장은 전세계적으로도 도입기이기 때문에 초기 시장선점 여부에 따라서는 무궁무진한 수요를 보장받을 수 있는 데다 부가가치도높아 현재 후발개도국의 추격으로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는 기존 부품의 대체사업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부품업계의 적극적인 정보통신부품 시장진출은 그동안 대부분 고가로 수입돼온 통신부품의 국산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보통신부품사업 진출현황>
정보통신부품 시장진출을 가장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그룹은 일단 대기업계열 종합부품 업체들이다.
이들 종합부품 업체는 이미 정보통신부품을 2000년대 주력사업화하기 위한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전기는 오는 2000년의 매출달성목표인 7조원 중에서 40%를 정보 및 통신(C&C)부문에서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지난해 발표한 데이어 이미 각종 신규사업에 착수했다. 삼성전기는 특히 이 신규사업만으로 1조1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온도보상형 수정발진기(TCXO), 전력증폭기모듈(PAM), PCS용 부품, 초소형 RF모듈, 무선LAN용유전체필터 등의 이동체통신부품과 레이저다이오드, OPC드럼과 같은 광박막부품 등 디지털 및 신규통신 수요에 대응하는 각종 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LG전자부품은 AV중심의 사업기반에서 정보통신용 부품중심으로 사업구조를대폭 조정해 현재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한 정보통신용 부품의 매출비중을 오는 2005년에는 총매출의 57.7%인 1조4천7백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LG전자부품은 특히 고주파부품의 세계 3대업체로 도약한다는 의욕과 함께 케이블TV용 부품, 이동통신관련 부품, 기록재생용 부품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사업품목 선정작업을 마칠 방침이다.
대우전자부품은 정보통신부품 사업을 2000년대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존 소(SAW)필터 이외에 전압제어발진기(VCO), PAM, 저잡음증폭기(LNA),RF모듈 등 각종 신규사업에 참여하고, 내년에 1차로 5백억원을 투자하는 등이 부문에 대한 투자도 매년 확대해 오는 2000년에 총매출의 30%에 해당하는4천5백억원을 정보통신부품 사업에서 달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말까지 믹서, 모듈레이터 등 기지국용 부품개발을 완료, 내년부터 생산에 들어가는 한편 98년부터는 정부출연연구소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VCO, PAM, LNA, PLL 및 이들을 복합화한 RF모듈 사업에 각각 진출할 계획이다.
중견, 중소 부품전문업체들의 움직임 또한 결코 종합부품업체 못지않게 발빠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기존 생산품목의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통신용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PCB업체인 대덕전자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전화 기지국용다층PCB와 단말기용 제품을 개발, 통신장비업체와 노던텔레콤 등 외국의 유명 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코리아써키트 역시 모토롤러에 대량공급을 추진중이다.
이수전자가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社에 PCB를 공급하기 시작한것을 비롯해 정보통신용 PCB생산비중을 대폭 높일 계획이며, 기주산업 역시초고다층 PCB설비를 구축하고 유, 무선통신용 중심으로 본격개발에 착수한상태다.
수정부품업체들은 수정부품이 통신기기에서도 핵심부품인 점을 감안, 가전용 중심의 사업구조를 통신용 사업중심으로 대폭 변경하고 있다. 싸니전기가휴대폰용 표면실장(SMD)타입의 TCXO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고니정밀 역시기존 가전용 저가 수정진동자와 오실레이터를 대거 중국으로 이전하고 국내공장은 통신용 수정진동자와 TCXO 생산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모터업계에서는 태일정밀이 모토롤러에 무선호출기용 진동모터를 올 상반기부터 양산하는 것을 비롯해 삼홍사, 대성전기 등이 무선호출기용을 중심으로 통신용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SMPS업계에서는 통신장비용 SMPS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통신단말기용 충전기사업을 확대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단암산업, 태형산전, 동한전자 등이 국, 사설 교환기용 DC/DC컨버터 등 통신시스템용 제품개발에 열을올리고 있고, 행성사, 두성엔지니어링 등은 충전기사업을 확대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그동안 국내 통신산업은 제조업의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산업이시장을 주도해 왔기 때문에 통신장비의 핵심부품은 대부분 고가의 외산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PCS 등 新통신서비스가 잇따라 도입되고 통신시스템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핵심부품의 국산화작업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이 기지국 확대경쟁을 벌이고 있는 CDMA 이동전화 서비스의 경우 단말기용 핵심칩 개발에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를 비롯해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퀄컴의 공급물량 조절로 CDMA 이동전화 단말기의 공급부족사태를 빚은 바 있는 이 CDMA 전용칩은 단말기 원가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값이 비싼데, ETRI가 지난해 말 1세대 CDMA 전용칩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2세대 칩개발에 착수했고 단말기 생산업체인 LG정보통신과 삼성전자도 각각 내년중상품화를 목표로 자체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빠르면 내년중 상품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기지국 송신단의 LPA는 기지국 부품중에서 가장 비싼 핵심부품으로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KMW, 삼지상공, 알에프하이텍 등 통신부품 전문업체들도 대거 개발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수신단의 LNA는 알에프하이텍과 흥창물산, 유양정보통신 등이 개발했거나개발중이고 단말기용 PAM은 엘티아이와 씨티아이반도체에서 국산화했다.
PCS시스템용 부품은 LG정보통신이 교환국, 기지국, 제어기 등에 탑재돼 CDMA 방식의 음성 및 데이터신호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핵심소자인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ASIC을 개발했고 마이크로통신은 데이콤과 공동으로 약 1년간의 연구 끝에 CDMA 및 시분할다중접속(TDMA) 등 디지털 PCS용으로 사용되는 다운컨버터를 국산화했다.
국내기술이 비교적 세계수준에 근접해 있는 분야는 전원과 기지국용 수동소자이다. TDX교환기 공동개발업체인 동아텔레콤이 주도해온 전원분야는 이미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세계 주요업체에서 인정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수동소자는 이미 상당부분이 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태여서 통신부품 국산화의 표본이 되고 있다.
통신부품의 국산화 열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지만 아직 적지않은 걸림돌이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핵심부품의 국산화 지원확대와 함께 국산화된 부품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듀플렉서의 개발과 함께 수입가격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처럼 고가로판매하다 국산화만 되면 저가공세를 펼치는 것이 외국업체들이 전형적인 전략이라는 점을 감안, 사업화 초기의 국산부품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허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아직 국내 업체들의 매출규모 자체가 적기 때문에 특허분쟁이 제기되지는 않고 있으나 국내시장이 향후 크게 신장했을 때주요 부품에 대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외국업체들의 무차별 특허공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업체들의 통신부품 시장참여가 잇따르면서 업체간 과당경쟁의조짐을 보이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미 RF수동부품 시장에서는 업체간의 가격경쟁으로 1년새 대부분의 제품가격이 40%가량 떨어졌으며 일부 타사제품 베끼기 경쟁마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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