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집] 정보인프라 점검-인터넷 기술

최근 인터넷 기술동향은 크게 세 가지 형태다.

첫번째는 멀티미디어화이고 두번째는 PC 이외 매체로의 전파이며, 마지막으로는 표준화의 물결이다.

월드와이드웹의 대중화가 본격화 된 지난해의 경우 자바, VRML, 인터넷 폰등 새 기술들이 인터넷에 도입되는 초창기의 모습을 보였다면, 올 한햇동안은 지난해 소개된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상업화하고 실용화하는 시기였다고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화는 인터넷이 인쇄매체에서 영상매체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즉,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진 인쇄매체(하이퍼텍스트)에서 동화상과 음성으로이루어진 영상매체로 변화하는 것이다.

월드와이드웹이 단순 문자에서 사진을 추가하는 정도를 목표로 했다면, 최근에는 여기에 음성과 영상을 동시에 담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빠른 발전을 보이는 분야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다. 리얼오디오를대표로 하는 실시간 오디오 전송은 인터넷에서 가장 먼저 멀티미디어기술로개발된 기술이다. 음성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기술은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된 음성데이터파일을 압축해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전송하는 것으로 네트워크 속도와 안정성이 음성품질에 필수적인 요소다.

프로그래시브사에서 개발한 리얼오디오는 현재까지 14.4급과 28.8급 모뎀환경까지를 지원하며 대체로 AM수준 정도의 음성 품질을 얻을 수 있다. 현재MBC, KBS 등 국내 방송사들도 리얼오디오를 이용한 AM라디오 방송을 종일 내보내고 있다.

리얼오디오 다음으로는 인터넷 폰이 대중적인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해 가고 있다.

이스라엘에 위치한 보컬텍사가 처음 출시했던 인터넷 폰은 초기에는 대중화에 많은 회의가 있었다. 우선 음성전달에 있어서 회선 속도의 불안정 때문에 단락이 많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던 데다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동일한 서버에 동시에 접속해야 했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을 호출해 부르기란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보컬텍이 인터넷 폰 4.0버전을 출시하고, 넷스케이프사가 쿨톡을,화이트파인사가 CuSeeMe를 출시하는 등 경쟁적으로 제품이 출시되면서 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특히 보컬텍사가 출시한 인터넷 텔레포니서버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일반전화와 똑같이 전화를 걸 수 있게 됨에 따라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들도 국제전화를 기존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새로운 기술적 장을 열었다.

특히 유일한 인터넷 화상회의 소프트웨어였던 CuSeeMe 외에도 인터넷 폰4.0이 화상전화 기능을 수용했고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3.0버전의 출시와 동시에 내놓은 넷미팅(Netmeeting)도 화상회의 기능을담고 있다. 넷미팅은 또한 기존의 소프트웨어들이 1 대 1 대화만 가능했었던데 비해 여러명이 한꺼번에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시켜 이를 응용할 경우 인터넷을 통해 사내 화상회의까지 가능하다. 이 밖에도 인터넷 폰은 인텔의 웹폰, VDO라이브사의 VDO폰 등 수십 가지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인터넷 폰간의 표준 프로토콜인 H 233규약에 업체들이합의를 이루어 앞으로 다른 인터넷 폰간에도 대화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컴퓨팅 환경을 독립적인 존재로부터 커뮤니케이션 단계로 고양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기존에는 컴퓨터는 인간이 자신의필요에 의해 이용하는 기계적 수단에 불과했으나, 인터넷의 확산을 계기로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 수단으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PC매체로의 이전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PC환경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운용체계가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배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이미 PC용 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 운용체계를 기반으로 독주체계를 갖춘 뒤에 인터넷 붐이 일어났다는 데 한계가있었던 것. 인터넷 붐 초기에는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사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적인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을열었고, 이에 IBM, HP, 로터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 등 경쟁업체들은 넷스케이프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시장진입을 모색했다.

넷스케이프사는 내비게이터브라우저를 운용체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는 PC와 UNIX, 매킨토시등 운용체계에 관계없이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 언어인 「자바」를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초기에 MSN 등으로 전략적 방향을 잘못 잡은 탓에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 운용체계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액티브X기술 등 신기술을 개발해 인터넷 시장도 급속도로 잠식해 나가면서 상황은 또다시 바뀌었다.

더구나 자바가 처음 의도와는 달리 시스템과 네트워크 자원을 많이 필요로해 현재의 환경에서는 아주 가벼운 애니메이션 정도를 보여주는 애플릿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바에 대한 열기는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결국 익스플로러 4.0버전이 출시되는 올 하반기를 계기로 인터넷 시장에서도 윈도 운용체계에 대항할 수 있는 제품은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쟁업체들은 비PC장치에 눈길을 돌리게 된 것.

이 첫 시도가 오라클사 등이 개발한 네트워크 컴퓨터(NC)였다. NC의 목적은 하드디스크와 운용체계 없이 네트워크상에서만 애플리케이션이 운용될 수있도록 함으로써 컴퓨터와 인터넷의 대중화를 촉진시킨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윈도 운용체계를 NC에서 배제함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사의진입장벽을 차단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경쟁사들의 의도가 짙게깔려 있었다.

이렇게 출발한 NC는 초기에 큰 관심을 끌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개발 의지가 주춤하고 있다. 그 이유는 PC가격의 급속한 하락 때문으로 풀이된다.

NC가 처음 발표될 95년 하반기만 해도 펜티엄 PC의 경우 2백만원대를 상회해 NC가 초기 가격으로 상정했던 35만원대와는 현격한 격차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반도체가격과 CPU가격의 폭락으로 펜티엄 1백 CPU에 1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PC의 가격이 50만원대까지 하락해 사실상 NC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넷스케이프사 등의 인터넷 업계는 온라인 게임 시장과 TV, PDA등 또다시 새로운 매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넷스케이프사, IBM, 닌텐도, 소니, 오라클사 등이 합작투자해 만든 「네이비오」사는 이러한 시도의대표적인 예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전자오락을 가정으로 흡수시킨다거나, TV를 통해서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도록 하고, 차세대정보통신 단말기인 PDA를 이용해 인터넷 전자우편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이 「네이비오」의 목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 16일 「페가수스」라는 NC,PDA용 윈도 운용체계를 발표해 비PC시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과연 NC 등 비PC매체들이 PC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NC와 PDA, 인터넷TV 등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 채널만 돌리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TV와는 달리 인터넷은 제대로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 데 PC 외의 다른 매체들은 이러한 역할을 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네트워크 속도(bandwidth)의 증대와 PC가격의 속락이다.

최근 미국의 주요 백본망 회사들을 비롯, 전세계 각 ISP들이 인터넷 사용자들의 급격한 확대에 따라 인터넷 네트워크 속도를 급격히 증설하고 있는추세여서 머지않아 멀티미디어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정도의네트워크 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중반 반도체 가격의 하락으로 시작된 PC가격의 속락은 비PC매체의 입지를 더욱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펜티엄 PC의 경우 판매가 예상되는 NC가격에 비해 10만∼2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하락했으며, 머지않아 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표준화 경쟁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인터넷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개방적 성격과 표준프로토콜 덕분이라고 할때 인터넷 성공의 열쇠도 이 두 축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갈 것인지에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표준화에 관한 한 어떠한 낙관적인 기대도 할 수 없다.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을 중심으로 업체들간의 결합에 따라 각종 표준화기구가 설립돼 각종 표준들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까지 월드와이드웹을 구성하고 있는 TCP/IP, HTTP, HTML, URL 등의 기본 표준들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으나, 최근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에 따라 이들 프로토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중 HTTP의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IIOP, HTML 3.2규격 등은 업계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한 경쟁관계를 보이고 있다.

또 자바, VRML을 비롯해 실시간 음성 및 동화상 전송에 관한 프로토콜은아직까지 특정 업체가 표준을 장악하고 있거나,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쉽게중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표준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을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정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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