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과 자유와 광기, 그리고 터키에 관한 영화
알란파커 감독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그의 오랜 주제가 그러하듯이, 인간을 억압하는것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는 영화이다. 독재정권의 하수인 앞에 알몸으로 서 있기를 강요당하는 화면이야말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하다.이 영화는 탈옥에 관한 영화이며, 극한상황에서 표출되는 광기에 관한 영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터키에 관한영화이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 초반의 터키는 독재정권이 지배하는나라이다. 이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터키인의 모습은 두 가지이다. 감시하는 자와 감시 당하는 자 말이다. 그리하여 터키는 온통 감옥 같은 느낌, 병원같은느낌을 자아낸다. 감시당하는 자는 더럽고음습한 곳에서 살고, 감시하는 자는 돼지처럼 뚱뚱하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면, 이 영화에 나타난 터키 감옥에 대해서이다. 이 감옥이 이전 어느 땐가에는 수도원으로 쓰였다는 것이다.그래서일까,수저나 쇠붙이 따위만 이용해서도 감옥의 벽을 이루고 있는 네모난돌은 빼내지고 하수도로 이어지는 통로까지 생긴다.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탈옥)>에 대한 시도는 간단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한참의 탈옥 끝에탈옥자들은 절망하게 된다.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감옥이 수도원이었으며 출구가 없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수도원에 출구가 없다는 사실은 종교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기둥을오른쪽으로만 돌게 돼 있다는 사실은 종교가 독재정치와 결탁하여 국민을 한쪽으로만 내몰고 있음에 대한 상징이 아니겠는가.알란 파커는 터키를 가리켜썩어빠진 독재의 나라이며, 정신이 죽어버린 인간들의 나라라고 꼬집고 있는것이다.
앨범의 힘에 의해 주인공 빌리 헤인즈는 탈옥에 성공한다. 여기서 앨범이란 자유에의 기억을 뜻한다. 애인이 주고간 그 앨범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애인,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찍은 자유의 순간들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치밀어 오른다. 터키라는나라에 대해 고작 터키탕이라는 정보 밖에는 생각해내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영화에 나타난 터키라는 나라가 신기하다. 마약을 소지한 채 공항에서 체포된 미국인에게 4년형을 선고하고, 수감 기간이 53일 남은 시점에서 다시 20년이 넘는 중형을 신고하는 터키. 여기에 비한다면, 살인죄를 저질러도 그에대해 단죄는커녕 그 미국인을 제대로 구속조차 하지못하는 우리의 현실은너무 초라하다.그래서 일까.
나는 헤인즈의 탈옥에속시원한 박수를 보내지 못한다. 이 영화에 나타난터키의 모습으로 터키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터키탕」으로 터키를모욕했듯이,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터키에 대해 무자비하게 상처입히는영화는 아니었을까.
<채명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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