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 기행] 정보화와 언론자유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대학에서의 정보화는 연구, 교육, 행정의 전산화 뿐만 아니라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컴퓨터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간 전자우편, 채팅, 게시판 등이 가능함은 물론 개인별 홈페이지도 얼마든지열 수 있게 된다. 대부분 과외 활동 및 취미를 목적으로 사용되나 때로는 내용물이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음란, 폭력에 관한 자료 유통, 무분별한 상행위, 불법적인 정보의 배포 등과 함께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모함도 있을 수있다.

대학에서 전산망 사용이 급증하는 이유를 이같은 문제의 트래픽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조사한 바로는 0.1% 이내였다). 그러나 이들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상상 외로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시판을 통해 재단이나 학교 집행부를 비난하는 대자보를 뿌린다면 아마도 모든게시판이 폐쇄될지도 모른다. 선정적인 사진과 녹음, 영상자료를 제공하는웹 홈페이지가 개설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모든 개인 홈페이지 개설 자체가거부될지도 모른다. 대학 컴퓨터를 사용해 학생이 원격 과외로 돈을 벌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은 사용자 교육을 통해 비도덕적 사용과 상업적 남용을 하지 않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문제 발견시 강력한 대응을 하는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신고나 정보 탐색이 있겠는데, 적극적인정보탐색은 사용자의 언론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전에 수백만대의 컴퓨터통신 서비스 단말기인 미니텔을 가진 프랑스의 정보 전문가에게 문의했더니 자유방임정책을쓴 결과, 정보 사용의 상위권은 늘 음란물이 차지하나 전산망 자체의 발전을위해 그냥 두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미국도 통신 품위법이 네티즌의 큰 반발을 사고 있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동적으로 변하는 막대한 정보를 감시하기에는 기술적으로도 정보탐색이쉽지 않고, 또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젊은 환경에서 진취성과 모험심을 장려하는 대학에서 정보화는 사회에서의상업주의, 보수주의와는 다른 기준으로 추진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정보화 사용자에게 윤리규정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사용자에 의한 상호감시를권장하는 것도 좋겠다. 몇 년 전 중국에서 민주화 운동가를 밀고하라는 국제전화번호를 공개했을 때 전세계의 인권운동가들이 너도나도 전화를 걸어서이 번호를 불통시킨 사례에서 보듯이 정보화시대에는 각 개인의 힘과 의견이의외로 큰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이 기성세대의 정보유통 채널이라면, 새로운 세대에 컴퓨터 통신망은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므로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입받지 않을 수 있는,미래를 향한 새로운 질서를 위한 필수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전산망을 통과하는 트래픽이 전화망보다 높아지는 때가 불과 4년 후로, 또 한국과 미국 간 국제회선도 내년에 역전이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정보화와 언론자유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는 모두가 고민해야 할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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