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이야기7.3 불법복제의 배경과 의미

큰사람컴퓨터가 PC통신용 에뮬레이터 「이야기7.3」의 불법복제 유통자에대해 고소를 강행할 것인지 없던 일로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고소 강행」 쪽은 수억여원을 투입,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시판하기도 전에 통신망 등을 통해 불법유통되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다.

반면 「없던 일」쪽은 고소를 강행할 경우 오히려 주 고객층이 될 개인사용자들의 반발만 사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업계, 사용자, 언론의 시선이 갈수록 큰사람 쪽에 불리해지고 있다는 점도 판단을 유보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일부 언론에 의해 확대 재생산, 보도되는 과정에서 애당초 본질과는 무관하게 변질돼 버렸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사건의 발단은 모 컴퓨터전문 월간지가 「이야기7.3」에 대해 리뷰기사를게재하겠다고 큰사람 측에 자료(프로그램)를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이 때가8월12일 경으로 큰사람 측은 최종 테스트 단계에 있던 「이야기7.3」을 월간지 측에 넘겼다.

월간지 측은 다시 이를 필자인 C씨에 제공, 리뷰원고를 청탁했고 C씨는 다시 또다른 P씨에게 외고를 「하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발단은 P씨가 C씨로 부터 건네받은 「이야기7.3」을 컴퓨터회사인 I사 측에 CD롬으로백업, 제작해줄 것을 의뢰하면서 부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I사의 임시직원이 이 CD롬에 들어 있던 「이야기7.3」을 PC통신 「나우누리」의 게임방 회원 50명에게 전자우편으로 제공했다는것.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50명 가운데 일부가 이를 다시 인터넷에 올리면서 일반인들의 접근이 시작됐고 8월말 큰사람이 이 사건을 확인하게 됐다는 것이다.

큰사람 측은 이 사건의 일부 내용이 한 TV뉴스 보도되는 것을 계기로 월간지 측에 「이야기7.3」의 개발비에 해당하는 수억원대 피해 보상 과 함께 불법 유통자에 대한 고소의사를 밝혀 각계의 관심을 모았다.

TV 보도 당시 이 사건에 대해 SW업계 관계자들은 『애써 개발한 SW가 불법복제에 의해 무참하게 희생됐다』는 시각에서 큰사람 측에 상당한 동정여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업계는 『여하튼 불법복제는 근절돼야하겠지만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SW불법복제건과 성격이 다른 것 같다』라며다소 유보적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들의 경우는 『문제의 프로그램이 정식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큰사람이 이 사건을 지난 92년 부산에서 발생한 「한글2.0」 불법복제 사건처럼 확대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피해보상을 요구받고 있는 월간지측은 『필자 관리의 소흘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있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입장이 바뀌고 있는 큰사람 측을 이해할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큰사람컴퓨터는 지난 92년 6월 「이야기5.0」을 개발, 무료로 보급시킨 공로로 정보문화상 대상을 수상했던 경북대 학생서클 「하늘소」의 역대회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 92년 설립된 회사. 큰사람은 회사설립과 함께 93년공개SW이던 「이야기5.x」를 유료화한 「이야기6.0」에 이어 94년 「이야기6.1」, 95년 「이야기7.0」등을 잇따라 발표했으나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못했다.

고유 파일포맷이나 사용자 습성에 좌우되는 워드프로세서 등과 달리 에물레이터는 통신환경의 제한 때문에 별다른 특징이 요구되지 않는데다 유사 프로그램들이 「윈도95」 「한글3.0b」등을 통해 무료 제공되는 추세여서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사람컴퓨터의 고민도 바로 이같은한계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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