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우리의 독창성을 살린 문화가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세계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역으로 가장 세계적인것이 한국적일 수도 있다. 세계인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퓨터환경에서 만큼은 이런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한국적인것을 아무리 고집해봐야 세계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세계 표준만을고집하면 오히려 한국 시장에서 외면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글 워드프로세서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업계를 대표하는 한글과컴퓨터의 경우 주력 「한글」 시리즈를 내놓으며 단 한번도 사실상의 세계 표준인 마이크로소프트 규격을 택한적이 없다.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발표한 「한글프로96」이 나오기 까지 파일포맷,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단축키 정의 등에서 세계 표준을 주도하는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이는 국내 컴퓨터 사용환경이 우리문화의 유산인 한글을 위주로 이뤄지는데다 업무관행에서도 외국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표그리기, 한글사전, 문법 검사 등은 국내 사용자들만을 위한 기능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규격을 따를 필요도 없고 따라서도 안되는 문제이다.
또 독자적인 규격을 주장해 그동안 한글시리즈 사용법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지속적인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역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는 무기로 삼은 셈이다.
이에대해 한글과컴퓨터 기획실 김택완이사는 『다국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한글 나름의 독자규격을 고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영문과 달리 한글은 각 문자를 조합해서 쓰기때문에 영문 규격을 따르면 한글 표현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가 독자규격을 주장함으로 생기는 문제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예컨데 윈도 화면의 경우 한글과컴퓨터는 독자적인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표준 윈도를 따르는 경쟁사 제품에 비해 더 많은 하드웨어 자원이 요구되는데다 단축키 사용법도 틀려 사용자들의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커다란 문제는 국내의 소프트웨어가 한국 시장만을 고집하다보니 「우물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는 점이다. 결국 국내 시장을 지키자니 독자적인 사용환경을 포기하기 어렵고 독자 규격을 지키자니 외국제품에 맞설수 있는 자신이 없게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문제는 핸디소프트, 한국기업전산원 등 기업용 그룹웨어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그룹웨어의 경우 사용자(기업고객)들이기본적으로 한국적 특성에 맞는 문서양식, 업무흐름, 관행을 지원하는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워드프로세서와는 약간의 차이는 있다고 볼 수있다.
결국 한국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세계화의 문제는 현재 국내 업체들로서는 좀처럼 풀기 어려운 숙제인 셈이다. 다만 한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한글사용환경 및 기업 환경이 외국 보다 훨씬 더 복잡한 편이어서 내수 시장 여건만 충분히 성숙되면 철저히 한국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함종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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