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관람석] 히트..알 파치노- 드니로의 불꽃 연기대결

갱스터 스릴러 게임의 주역은 언제나 갱과 형사이다. 불구대천의 원수처럼쫓고 쫓기는 적대 관계지만, 강한 상대일수록 맞수로서의 묘한 동류 위식을갖게 된다. 피와 범좌의 늪에서 부짙힐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서로를 야생 늑대로 인식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는 사나운 두 마리 늑대가 벌이는 처절한 싸움을 다루고 있다. 갱 두목 닐(로버트 드 니로 분)과 집요한 형사 빈센트(알파치노 분)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갱과 형사로서 신분이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세계에서 최고라는 자부심과 짙은 고독감이 그것이다. 닐은 범죄 때문에,빈센트는 추적 때문에 가족을 돌볼 시간이 없고 가족의 상실,부재,파괴를 거듭당하며 더 갚은 고독의 중병을 앓게 된다.

<히트>는 이같은 가족을 상실한 고독한 늑대가 벌이는 복수극의 형식을띠고 있다.다른 장르보다 시대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갱영화의 특성을 감안할 때, 마이클 만 감독은 이 작품의 배면에 현대 미국사회의 탈가족화,부권의 상실, 정신적 무력감 등을 짙게깔아 놓았다.

세기말적인 우울함과 삶의 무의미성이 드리워진 LA. 우편배달차량을 기습하는 닐과 부하들은 냉철하고 지능적인 도시의 갱들이다. 현장에 온 강력계형사 빈센트는 물증이 없지만 프로다운 육감으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냥개처럼 범죄와 시체만을 쫓아다니는 통에 세번씩이나 이혼당한다.

현재의 아내도 그에게 넌덜머리를 내며 이혼선언했고 의붓딸은 동맥을 그어자살을 기도했다.

결혼이나 가족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닐은 좁혀오는 수사망을 피해 뉴질랜드로 도망갈 궁리를 한다.서점에서 일하는 순박한 여자와 함께 새로운삶을시작하려는 것이다.그러나 최후의 싸움에서 신은 그를 응징했다.공항야적장에서 벌어진 대결에서 그는 빈센트보다 먼저 총을 빼고도 당한다.

당대 최고의 갱스터 연기자라고 할 만한 알 파치노와 드니로의 불꽃튀는연기 대결, 숨이 멎을 만큼 치열한 도심의 총격전, 발 킬머를 비롯한 조연들의리얼한 액션 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3시간 가까이 관객을 붙들어두는 핵심적인 요인은 짙은 고독감에 절은 남성의 체취인 것같다.갱이건 형사건, 그 몸속에 야생늑대의 피가 흐르는 듯한 분위기 연기가 대배우답다.

<박상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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