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공룡 둘리가 당돌한 걸음마를 시작했다.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가 초토화시키고 있는 여름 극장가에서 과연 둘리는 살아남을까.여름방학 대목을 주무르며 단꿀을 독식하는 굴러온 돌들의 틈에 끼여 방화의 자존심을 걸고고군분투하는 <아기공룡둘리>의 안위가 걱정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채 절반도 못채운 어린이 관객들에 섞여 화면을 지켜보려니,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토종 만화영화의 수작을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뻔할 것이라고 예단해 버리는 학부모들의 타성이 아쉬웠다.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에 이르는 아이들이라면, 현란한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이 영화가 훨씬 더 친근하고 교육적인 것이리 믿는다.
스토리부터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서에 맞춰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한국적 아버지상을 대변하는 캐릭터 고길동씨와 개구장이 의붓자식 꼴인 둘리,희동이,도우너,또치가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은 언뜻 거칠고 버릇없는 것처럼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자식사랑과 효심이 흐르고 있다. 또 우주공간의무법자핵충과 뼈만 남은 물고기의 배고픈 유영을 보조장치로 동원해 환경사랑에 대한 교육 효과까지 곁들이고 있다.
사후의 영혼이 모여 사는 얼음별에서의 악당 바요킹과의 싸움도 공상과학모험물의 양태를 띠고 있지만, 사건과 사건을 이어주는 고리에는 한국적인정서의 인과율이 작용한다.엄마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둘리, 어른들의 무릎맞춤으로 둘리의 약혼녀가 된 공실이의 푼수끼 넘치는 애정, 바요킹을 물리치고 얼음별에 생명을 불어넣은 후 이별하는 장면 등이 그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의 기교를 배제하고 수작업의 정성이 곳곳에 배어 있는 점을눈여겨 본다면,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은 우리의 애니메이션이 다가갈 수 있는 현 단계의 극점에 이른 작품이라고 할 만 하다. 늘빼물고 있는혀, 짧은 다리와 불쑥 나온 배, 약간 모자란 지능의 친숙한 캐릭터 둘리가이번 작품에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지켜나가길 기대한다. 우리의 둘리가 잘 크고 더 친숙해진다면 미키 마우스의 인기에 이르지못할 까닭이 없다.
<박상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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