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산업형 부품 공급과잉..수요 침체 과열경쟁등 후유증 심각

대단위 투자를 동반하는 장치산업형 부품업계가 최근 대대적인 설비증설에도 불구, 세트업계의 경기악화에 따른 전반적인 부품수요 침체로 전반적인공급과잉 국면을 맞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엔高의 영향으로 시작된 국내 전자업계 경기가 사상최고의 호황을 누리자 잇따라 대형 설비투자를 단행했던 다층PCB(MLB)·페라이트코어·칩저항기·PCB원판·수정베이스 등 주요 장치성 부품업계가 최근 극심한 수급 역전현상으로 과열경쟁·가동률 저하 등 후유증을 빚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이들 장치부품업계가 불황때보다는 호황때 투자를 단행하는등 투지시점이 적절치 못한 데다 당초 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는 등 경기예측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부품 및 소재성 부품의 경기변동폭이 세트보다 크게 나타나는 속성상 경기하락의 충격폭이 큰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 시장인 컴퓨터 및 정보통신시장의 확대를 겨냥, 대거 설비투자에 나선MLB업계는 예상과 달리 수요신장률이 기대에 못미치는데도 공급능력은 오히려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나 삼성전기·대덕전자·LG전자 등 일부 선발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50∼60%대의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회로부품으로 장치업종 성향이 짙은 칩저항기와 적층세라믹컨덴서(MLCC) 부문도 월 10억개에 달하는 삼성전기의 공급능력만으로 전체수요를충당하고 남음에도 불구하고 한륙전자·롬코리아·아비코·한주전자·두원전자(이상 칩저항), 삼화콘덴서·LG부품(이상 MLCC) 등 후발업체들과 일본업체들의 물량공세로 공급과잉이 심화되는 추세다.

또 DY·FBT·트랜스 등 전자부품의 핵심소재용으로 사용되는 페라이트코어의 경우는 삼화전자·이수세라믹·송원페라이트 등 3사가 지난해와 올해에걸쳐 경쟁적으로 설비를 증설, 국내수요를 훨씬 초과하고 있으며 DC모터용페라이트자석업계도 태평양금속·쌍용양회·동국합섬 등이 잇따라 전용공장을 설립, 공급이 수요를 두배 이상 웃돌고 있다.

이밖에 PCB원판업계가 수요처인 PCB업계의 불황에 편승, 국내수요의 두배가 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정진동자용 핵심부품인 베이스도 경보정밀·제원전자·삼명정밀 등이 설비증설을 추진했지만 수요는 고작 1개업체의 생산량을 소화할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단순 조립부품과 달리 장치형 부품의 경우 가동률이 낮을 경우 대규모 투자에 따른 유·무형의 손실이 우려된다』며 『이에따라 해외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없이는 가동률을 무리하게 높이기 위한 업계의 과열경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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