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반유통 대전쟁

최근 음반유통업계에 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음반유통시장의3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최대 유통회사인 「신나라유통」이 도매상에서 「신나라 레코드물류회사」로 기능을 전환하면서 다른 음반유통사들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신나라측의 음반도매가 15% 공제정책에 대해 전국음반도매상연합회(도협)및 다른 음반유통사들의 반발이 심화돼 일부 제작사가 신나라에 음반공급을중단하는 사태로 발전하더니 급기야는 신나라가 도협과 관련 유통사, 외국음반직배사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혐의로 고발하는 등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신나라측은 이 고발장에서 신나라유통이 최근 과세 정상화와 외국 대형 유통전문회사들의 국내 진출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음반도매가를 15%낮추자 경쟁 도매상들이 담합, 물품공급을 중단시켰다면서 이같은 행위가 유통구조 개선 및 물가안정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발된 도협과 외국 직배음반회사들이 불공정한 담합을 했는지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조사결과 관련업체들이 실제로 사전담합에 따라 납품중단을 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시정명령과함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는 전근대적인 국내 음반유통업계의 구조개편에 따른 과도기적진통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음반 유통구조는 제작사→도매점→중간도매점→소매점→소비자라는 복잡한 전근대적 유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폴리그램과 같은 메이저음반사는 제작사와 도매점 사이에 「성음 미디어」라는 유통단계까지 끼워넣고 있다. 무려 5단계의 경로를 거친 후에야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는 50여개의 도매상과 1백여개의 중간도매상이 난립, 음반시장의 개방과 함께 외국의 대형 유통전문회사들이 들어오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돼 왔다.

이처럼 유통구조가 복잡할수록 상품개발비보다는 물류 비용으로 자본이 소모되게 마련이다.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유통구조에서 중간도매점을 생략하여 이윤을 소매점과 소비자에게로 돌리겠다는 것은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음반제작회사와 소매점을 직접 연결하는 물류회사체제는 선진국들의 경우이미 오래전에 자리잡은 유통형태다. 일본의 경우도 3개 물류회사가 전체 음반유통량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신나라와 같은 대형 음반물류회사의 등장은 외국업체들의 진출에 대비한 유통시스템 현대화, 중·소매점들의 경쟁력강화, 소비자가격 하락 등을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영세 도매상 및 중간도매상들이무더기로 문을 닫는 등 유통구조 개편에 따른 과도기적 진통이 불가피하다고하겠다.

현재 도협측은 신나라처럼 음반을 싼 값에 유통시켜서는 살아남을 도매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나라의 가격공제조치가 무리한 매장확대로 인한매출감소를 메우기 위한 방편일 뿐이며 궁극적으로는 기존 소규모 도매상들을 도태시켜 독점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나라측은 외국의 대규모 음반유통회사와 국내 대형 소매점들이 가격파괴를 내걸고 음반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마당에 기존의 전근대적인체제를 고수하는 것은 경쟁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우리업체들은 외국의 대형 유통사들에 비해 서비스·가격 등 여러가지 면에서 뒤진 것이 사실이다. 그 대처방안으로 현재 신나라가 바라보는 것이 음반업계의 전행적인 개혁이라면 도매상협회가 바라보는 것은 기존 유통체제를고수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기한다는 것이다.

신나라방식의 가격파괴가 옳은지 아니면 점진적 변화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론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지간에 음반유통업계의체질변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의 진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릴 판정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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