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津澤 한국몰렉스 사장
최근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반도체 신드롬」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도체 제품의 시장가격이 16MD램 기준 개당 45달러 수준에서 13달러 수준으로 하락해 반도체경기가 급랭, 국내외 해당 공급업체들이 생산량을 담합적으로 감축하기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96년도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성장이 그간의 고성장 추세에서 저성장으로 둔화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가 생산공정 등 특성상 전자산업 분야의 각 구성부문과의 산업 연관효과가 아주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도체산업의 호·불황에 따라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성장수준을 가늠하는 것은 적지 않은 무리가 있는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축이 되는 민생기기 분야의 과거 몇 년간의 성장추세를 보면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전체적으로 저성장에 머무르고 있음을 쉽게 알수 있다. 더 나아가 전자산업으로부터 반도체산업을 분리해 관찰하면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불황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 아닌 더욱 해묵은 구조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실질적인 현황이 더 사실적인 생산관계를 토대로 이루어질 수 있었더라면 우리는 느낌과 현실이 일치되는 선상에서 우리 전자산업의 문제점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
이제 우리는 반도체산업의 호·불황 문제와 전자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제반문제와 전혀 다른 차원에서 구분하여 대응해야 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민생기기 생산분야의 해외이전에 따른 제품시장·고용구조·계열화공장 등 연관산업 생존여건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전자산업의 전반적인구조변화와 해외생산분의 국내 부가가치적 측면에서의 효과 등에 대한 분석과 이에 따른 대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연관효과로 보아 전 산업적 차원에서 국내 전자산업의 육성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해외생산기지 확대일로에 있는 개인기업별로 어느 시점부터는 해외 생산분이 국내 생산분을 앞서는 것이 현실화되고 시장개방화에 따라 국내전자산업은 공동화되는 한편 자체 생산기반이 없는 판매시장 기능만 남게되는 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미국이나 일본의 전자산업이 해외로 이전되던 때의상황과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내 기존 생산기반을 고부가가치제품의 개발생산에 전용할 수 있는 기술과 마케팅능력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유지되어 온 국내의 계열적 전문화적 생산 유대관계를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시 고수할 수 있는 신뢰감이 서로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경기의 호·불황에 전자산업의 진도를 맡기는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국내 전자산업 유관기관들은 96전자산업이 당면한 문제점 등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적출하여 이를 치유하는 휼륭한 의사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야 하는가」를 치유해야 한다. 국내 생산여건을 개선시키지 않으면 국내업체들은 문을 닫고 기업을 계속하지 않는 한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프다는 환자에게 당신은 아프지 않다는역설을 펴는 의사가 있다면 이는 병원을 망치는 일이기도 하다.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전자산업의 또 다른 한 축이 쇠락의길로 들어섰다면 이제 우리는 이를 하루빨리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다. 연관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처방을 마련하는 노력이보다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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