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유통의 요람 전자상가 지상여행 (6);전자타운

어느 집에서나 막내는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처럼 막내는 언제나 응석받이고 재롱둥이다.

그러나 상가에 있어서는 예외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마케팅 활동을 벌여야하는 상가는 또 하나의 신설상가가 곧 경쟁상대다. 그래서 후발로 설립된 상가라면 오히려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고 영업도 더 분발해야만 기존 상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용산전자상가의 한쪽 모퉁이에 단출하게 서 있는 상가가 있다. 용산전자상가 가운데 가장 늦게 설립된 지각상가 「전자타운」. 지난 93년 4월에 개장해 이제 겨우 세돌을 넘긴 걸음마 상가다. 그러나 누구도전자타운을 막내상가라고 어여삐 봐주지 않는다. 내 코가 석자인 요즘같은불경기엔 더욱 그렇다.

전자타운은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유일한 주상복합건물로 아파트와 매장이함께 있는 상가다. 나진상가에 묻혀 건물이 잘보이지 않아 상가 입지조건은썩 좋은 편이 아니다. 또 전자타운은 토지구획상 일반주거지역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광고탑 하나 제대로 세울 수 없는 입장이다. 모든 것이 불리한조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밟을수록 자라는 잡초의 생리처럼 한마디로 전자타운의 극지생존능력은 뛰어나다. 불과 3년여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상우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조직력이 명실공히 6대 전자상가의 반열에 진입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전자타운의 막강한 힘이라면 우선 상우회조직을 들 수 있다.

입지조건이 취약하고 가격 또한 큰 메리트가 없는 상가가 어떻게 유지될수 있는가. 그것은 친절을 위주로 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지각상가로 기존상가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친절한 서비스밖에 없음을 전자타운의상인들은 잘 알고 있다. 상우회를 중심으로 매장의 디스플레이 및 친절도 높이기,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상가 이미지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전자타운 상우회는 2백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의 관리이익금을 전액 상우회비로 쓰고 있다. 주택재개발로 설립된 상가인만큼 점포주가 수십명에 이르고 관리는 별도의 관리사가 맡고 있어 상우회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 평당 1천원씩 광고선전비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상우회비는 상우회 활동을 뒷받침하는 좋은 재원. 게다가회원들의 적극적인 홍보마인드가 힘을 더해 어느 상가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자타운 상우회가 가장 먼저 실시하려는 운동이 「호객행위 근절」이다. 호객행위 없이 장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정할 수 있는 얘기지만 지나치면 살벌한 분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상우회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이의 대안으로 상우회는 이벤트성 호객을 제시하고 있다. 남대문시장 좌판식 호객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희한한 분장에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면서 하는 쉴새없는 리드미컬한 외침은 진풍경이다.

설사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용산전자상가의 호객행위는 무조건 고객을 점포 안으로 유인해 팔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상우회 관계자들은 말한다. 여행사들이 외국 관광객에남대문시장을 쇼핑코스로 잡으면서도 용산전자상가를 넣지 않는 것은 이같은「호객행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윈도쇼핑 공간이 없고 정보제공의 장이없다는 것이 동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용산전자상가가 국제전자단지로 자리매김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다소 싸다는 점 때문에 모여든 고객들에게 무리한 호객은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주고 발길을 끊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자타운은 이에 따라 이벤트를 위주로 한 홍보에 치중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내년에 토지구획이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전환되면 대대적인 광고탑도 설립할 예정이며 또 현재 MBC 프로그램 협찬사로 지명도를높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친절타운」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호객행위만 빼고 뭐든지 다하겠다는 의지다.

또 용산구청에 건의해 용산전자상가내 점포주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대한재교육과 계도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구상중이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과 4호선 신용산역을 연계하는 셔틀버스 운행도 계획하고 있다. 다른 상가와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으로 맞서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영현 상우회장은 『언제나 들러도 마음 편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공정한 거래, 깨끗한 상가 만들기에 주력하겠다』며 『친절이 우선하는 상가로모든 불리한 여건을 이겨내는 모범상가가 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말했다.

전자타운의 친절은 「말로만 친절」이 아니다. 우편발송(DM)·해피콜 등사전서비스와 무상수리 등의 사후서비스로 나뉜 이중서비스 체제로 고객에게전자타운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는 데 전력하고 있다.

전자타운은 현재 A, B동을 합쳐 가전 및 혼수용품 점포가 1백50여개, 컴퓨터 관련 점포가 1백여개로 총 2백50여개의 점포가 성업중이다. 또 64가구의아파트는 주거용으로보다 오피스텔로 쓰인다. 이 아파트에는 컴퓨터 관련 제품개발 연구실 등이 다수 입주해 있어 컴퓨터 기술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있다.

이곳 전자타운 컴퓨터 업체의 특성은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술영업이다. 대부분 컴퓨터업체는 일반업체의 전산실이나 컴퓨터 관련 회사들의 전산시스템을 관리해주는 일을 맡고 있다. 그래서 이곳 컴퓨터매장의 한산한모습과는 달리 점포주들의 발길은 무척 바쁘다. 「작은 컴퓨터 연구실」. 전자타운은 용산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땀방울이 언제나 촉촉히 배어 있는 곳이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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