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독립프로덕션 활성화해야 한다

洪性完 (주)한맥유니온 사장

최근 우리 방송계는 매우 급속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민방 개국이 엊그제 같은데 2차 지역민방 설립이 임박해있고, 또 늦어도내년부터는 위성방송의 모든 채널이 방송을 시작한다. 공중파 방송이 종일방송을 곧 개시하게 된다면 한국은 적어도 산술적 채널수와 다양한 방송서비스구조로만 봤을 때는 「선진방송」의 면모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중요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안정적 균형문제다. 여기서 방송을 공급자로 보고 시청자를 수요자로 보는 2차적 수급균형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한다.

1차적 수급균형 문제가 굳이 중요한 것은 그 자체가 방송의 질을 좌우하는대단히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방송의 질이 곧바로 2차적 수급의 균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많은 채널에서 많은 프로그램이 공급돼 봐야 시청자들은 외면할 뿐이다.

더욱이 한국은 영상시장 개방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시장 안에서 프로그램 제작과 공급의 수급균형이 자체 완결구조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야말로속수무책이다. 외국 프로그램이 편성시간의 상당량을 차지하게 되는 것은 물론 경쟁력있는 외국 위성방송이 시청자들의 눈을 독차지하는 문화적 역구조가 형성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언뜻 기우같지만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혹자는 방송사별·채널별 자체제작구조로 수급을 해결하는 것이 뭐 어려운 일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는 무지의 소치다. 오랜 기간 우리 방송은 사실상의 독과점 체제에 안주하면서 국제경쟁력에 있어서 취약구조를 갖게 됐다. 국내시장에서조차 큰 경쟁이없는 상태에서 30여년 이상을 호시절을 구가하면서 단선적인 제작구조, 창의성없는 제작문화, 안일한 제작관행이 일반화했다.

방송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공중파방송의 이같은 자생력과 국제경쟁력의 허약체질이 채 개선되기도 전에 급격한 신매체·신채널의 등장으로 취약구조는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중요한 한가지는 방송제작의 전문화와 분업화·협업화다. 산업구조 개선의 일반적 등식과 똑같다. 이제까지우리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을 독과점적 내수시장만을 겨냥해 자체 생산·소비함으로써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프로덕션 없이 설자리를 주지 않았다.

이는 방송구조 전반의 취약구조를 낳았다. 방송은 산업 파급효과가 크고관련산업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전문화·분업화·협업화 하지 않는다면 공룡처럼비대해진 몸집으로 기민성과 대처능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우수 프로그램 생산과 다양한 프로그램 확보를 위해서는 소수 전문인력에다양성과 창의성 하나로 생존의 승부를 거는 독립 프로덕션이 활성화해야 한다.

굳이 외국 예를 든다면 일본 민방은 자체 제작이 38%이며 외부 프로덕션이제작하는 비율이 그와 비슷한 37.5%이다. 프라임타임대, 소위 황금시간대에는 역진적으로 자체 제작비율이 18.4%, 외주 제작비율이 81.6%에 달한다(일본 독립제작사협회 통계). 아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홍콩 스타TV는 자체 제작프로그램이 아예 거의 없다. 홍콩의 ATV나 TVB는 스타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경영난에서 벗어나 현재 제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전문화·분업화구조가 방송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반면 우리 방송사들의 외주 제작비율은 고작 평균 5% 이하다. 공보처가 고시하는 외주 제작비율은 15%이지만 방송사들이 독점적으로 자회사를 통해 10% 이상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구조가 당분간은 단기흑자가 될지모르지만 산업구조 전체로 봤을 때는 경쟁력의 저하, 질의 저하로 이어진다.

흔히 우리나라에는 방송사만 있지 방송산업은 없다고 얘기한다.

독립제작사의 활성화 문제는 이제 방송산업에 있어서 경제성의 원칙, 국제경쟁력 향상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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