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장비·부품 국산화업체 2중고

액정디스플레이(LCD)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련 장비·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한 가운데 최근 세트업체가 국산화제품의 채용을 기피하거나 외산의저가공세로 사장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LCD관련 장비·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는업체가 늘고 있으나 국내 세트업체들이 외국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제품까지도 채용을 기피하고 있는데다 가격을 앞세운 외국업체들의 견제도 한층 강화돼 국산화 추진업체들의 상당수가 막대한 개발비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등 큰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일합섬은 지난 92년부터 총 10억원을 투자해 최근 TFT LCD 컬러필터용감광제(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했으나 국내 LCD업체가 위험부담과 제품의 신뢰성 등을 이유로 제조라인에 채용을 기피하자 일본으로의 직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일본의 대표적인 컬러필터 제조회사인 M社에 품질 의뢰결과,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 후지헌트社와 동등한 품질수준임을 인정받았다.

지난 94년 생산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일본·스위스 등의 업체가 독점하고있는 반도체·LCD용 첨단 세정장비인 하이퍼 메가소닉을 개발한 경일초음파도 세트업체의 제품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수요가 없어 한때 심각한 경영난에봉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기술연구소에서 세계적인 품질수준임을 인정받고 2년동안 전시회·설명회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음에도불구하고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서야 세트업체로부터 긍정적인반응을 얻어 수주가 활기를 띠고 있다.

LCD장비 전문업체인 신도기연도 순수 자체기술로 LCD판막에 액정을 주입하는 핫프레스, 액정주입 후 셀의 갭을 봉하는 엔드 셀 머신 등 5종이 넘는 LCD관련 장비를 개발했으나 외국업체들의 가격공세와 국내 세트업체들의 인식부족으로 국내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 장비·부품업체들이 막대한 시간과 연구비를 투자해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세트업체들이 제품 자체의 성능·기능 등을 확인하기보다는 해당업체의 종업원수·매출액·납품실적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경향이 짙어 국산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수요업체가 신뢰를 가지고관련 장비·부품을 사용하고 해당업체와 공동으로 장비의 결함을 시정해 나가는 공조체제가 아쉽다』고 말했다.

세트업체의 한 관계자도 『만약 국산화된 장비·부품을 생산라인에 적용,불량이 발생한다면 몇백억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문제로 다른 업체에서채용해 신뢰성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주도적으로 이를 채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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