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기행] 정보산업의 1류와 2류

2002년 월드컵을 한·일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었다하여 온 나라가 들떠있다. 아시안 게임, 올림픽, 엑스포에 이어 더 크고 화려한 이벤트를 좇는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월드컵 다음은 남북통일기념 유엔총회를 특별히 한국에서 연다?). 어쨌든 이제는 잔치상을 얼마나 잘 차려낼 것인가, 어떻게 일본보다 능가할 수 있는가를 살피느라고 또 바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닿아 있고, 경제규모가 G7을 위협한다는데 아직도 다른나라에게 잘 보여야되고, 어떤 나라를 이겨야 되고 하는지 참 궁금하다. 우리 스스로 목표와 기준을 정하고 침착하고 성실하게 모든일을 해낼 수 있을때 비로소 우리는 선진국, 소위 1류국가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수년전 인도의 한 전자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그곳 연구소장이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은 1류라고 추켜 세우며 인도는 2류라고 하길래 그 이유를 물었더니, 2류는 남을 이기려 하고 1류는 자기를 이기려한다고 대답했었다. 또한미국의 한 연구소에 갔을때 필자가 연구진에게 겨쟁회사 제품기술을 분석한다음 설계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했다가, 최첨단은 스스로와의 쌈우리나는마찬가지의 의견을 듣고 크게 깨달은 적이 있었다.

실상 우리나라를 보면 대학입시에서 극심하게 드러난 일류병이 기업으로,사회로, 국가로 확대되어 많은 것을 등수매기고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취급하여 왔다. 이러한 식으로 3류에서 2류로 도약할 수 있었으나 1류에 도달하는 길로 알맞다고 할 수 없다. 누군가 이겨야만 발전할 수 있다면 남을 따라가는 것에만 급급해지고, 최정상에 꼭 필요한 창조성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보산업의 현주소는 인도의 한 연구소장의 과찬에도 불구하고아직 1류라고 할수는 없다. 우리가 설계하고 고안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서비스가 극소수이며, 그라마도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한 실정이다. 통신산업도 국산품은 많지만 1류제품은 많지 않다. 정보통신 학계의 수준은 더욱세계 1류라고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정보화를 보면 지향하는 목표는 세계 최고수준이면서 실제로 집행되는 것들은 그렇지 않은경우가 많다. 예를들어 교육의 정보화를 보면 많은 시범사업, 언론에 의한 홍보, 대규모 개발조직의 서립등이 추진 또는 진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교육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거나 교사·학생·부모에게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산업의 정보화, 지역정보화도 시범성 이벤트가 많고 질(Quality)의 측면에서 미흡한것이 많은 실정이다. 목표를 세계최고인 것으로 삶기는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곳으로 가는 방법과 수단도 세계1류인 것이어야 위치라는 것이다. 흡사 반도체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세계최고이더라도 제조장비가 모두 남의 기술일때 진정으로 1류라고 일컫기 어려운 것과 같다.

남을 좇기만하는 자는 남을 능가할 수 없는 법이다. 우리의 목표를 세울수 있고, 우리가 세운 목표를 남의 것과 견주어 보며 우리들 스스로 무시하지 않고 실현시키려 노력할 때 우리는 2류에서 1류로 넘아갈 수 있는 자세가갖추어졌다고 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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