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전자파 적합성 표준화

맥스웰이 전자파를 발견한 지 1세기가 약간 지나고 있으나 우리가 사는 공간은 온통 전자파로 뒤덮여버리게 되었다. 우리 주위 대부분의 문명이기는전기적 장치로 구성돼 있고 전기적 장치는 필연적으로 전자파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메카트로닉스로 불리는 모든 자동화기기에는 전자장치가 두뇌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전자장치가 외부에서 발생한 전자파의 영향을 받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게 됨에 따라 전자파 적합성(EMC)이 전자산업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자동제어 공작기계와 로봇의 오동작이 보고되었고 일본에서는 작업장에서 로봇이 오동작해 인명피해가발생했으며 또 구미 각국에서도 헬리콥터·군함·무선조종 비행기·가정용전자기기 등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사고의 발생은 인체손상·생명손실은 물론 항공기 충돌이라든가 군과 경찰의 무선교신에 차질을 빚어 국가치안·안보상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자파문제는 타 기기에 영향을 주는 장해 전자파 방출(EMI) 규제와어느 정도의 전자파 속에서도 장해를 받지 않고 기기 자신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파 내성(EMS)문제로 나뉘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EMI와 EMS가 합쳐진 능력을 EMC라 하며, 이에 대한 연구가 최근들어 활발히진행되고 있다.

전자파로 인한 인체의 장해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인체도 미약하나마 전자파를 발산하고 있으며 신경계통이 전기적 신호에 의해 작동되고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전자파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가설이 점점 힘을 더해 가고 있다. 그리고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유해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하튼 우리 인체는전자파의 유해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시장에는 이미 전자파 중화장치나 전자파 차단의류가 발매되고 있으며 전자파량이 많은 일부 가정용 전자제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등 전자파 장해파문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제무역에서 전자파문제의 중요성은 유럽연합에서 먼저 제기되었다. 유럽연합은 전자파 적합성에 대한 유럽 통합규격을 제정해 금년 초부터 강제규제를 단행했다. 전자파 적합성 규제대상으로 전기 또는 전자부품으로 구성된장비·시설 및 기기로 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적합성 시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이외의 많은 국가에서도 전자파 적합성 규격을 강제규격으로 채용하려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정된 전파관리법에 근거해전자파 장해 검정규칙이 공포돼 전자파 적합성 규제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정보통신부는 가전 및 정보기기류 등 7개 품목에 대해 EMI 및 EMS에 대한 규제조치를 금년 하반기와 내년에 시행할 목표로 추진중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전자업계는 대응기간이 필요하다고 하여 EMI는 98년 이후, EMS는 오는 2002년 이후에 실시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EMS는 유럽도 5년간의대응기간을 거쳐 시행했고 EMS 규제의 경우는 EMI규제에 비해 규제항목이 많고 연구에도 많은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응기간중 국가에서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체 등에 시험검사뿐 아니라 대책까지 강구해주는 등의 효율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기술지원센터의설립·운영이 절실하다고 건의하고 있다.

우리의 전자산업은 소형화·경량화·디지털화추세를 타고 경쟁우위를 지켜왔으나 EMC기술에서는 유럽에 비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우리의 전자산업이 지금까지 이룩하였던 성장추세를 지속하기 위해 전자파기술 지원센터 설립을 비롯해 EMC기술의 개발에 대한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EMS 관련규격도 수출지향적인 우리 산업구조로 볼 때 국제규격을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나라의 전자파환경 및 국내산업체의 현실에 맞는 대상품목·허용치·시험방법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치열한 무역경쟁에서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우리의 입장을 국제 표준화활동에 적극 반영하는 것도중요하다. 현재의 EMS관련 국제규격은 많은 보완이 필요한 상태이므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충분히 국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산업표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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