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수면위로 떠오른 한국통신 민영화 (하);전망

하반기 통신산업의 주요이슈로 등장할 초고속망 사업자 선정과 관련, 최근한국통신은 전국 전화국 조직을 풀가동해 시장조사를 벌였다.

정부가 사전 예시한 2백26개 초고속망 사업허가지역 가운데 유형별로 시범지역을 선정해 초고속망사업의 모범을 제시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통신 네트워크본부는 지난달 말까지 지역본부에서 추천한 시범사업 대상지역 가운데 15개 지역 정도를 추려놓고 있으며 조만간 3개 지역을 확정할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시범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서슴 없이 『사업성』이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이라고 크림 스키밍 전략을 구사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한국통신이 이번에 선정한 15개 지역은 사내에서 조차 발표를 꺼리는 극비 사항이다. 초고속망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경쟁사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 시장선점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를 의식한 이같은 분위기는 시외전화사업에서 경쟁을 시작한 올해초부터 한국통신 직원들 사이에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국통신의 각종 사내보에는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 온 쾌거를 알리는 마케팅 성공사례가 눈에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통신은 여전히 국가의 기본통신망을 관리하는 국영기업이다. 하지만사업성을 배제한 채 공익성을 요구하는 주문에 한국통신은 이제 단호하게 『노』라고 대답한다.

한국통신의 민영화는 형식적으로는 아직 먼 얘기 같지만 실제로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영화된 한국통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분명한 것은 국가의 중추신경망인 기본통신망, 즉 PSTN을 관리하고 있는한국통신을 특정 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의 민영화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가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지분을 유지, 정부투자기관에서 정부출자회사로 변경해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를 면제해 주는 대신 통신복지실현을 위한 각종 공익사업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제가 선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통신이 지난 5월 작성한 「한국통신 민영화에 대비한 경영체제 검토」라는 제목의 문서는 한국통신이 정부투자기관에서 벗어나는 실질적인 민영화가 98년을 기점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앞으로의 경영체제를 중점 조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문서의 결론은 한 마디로 포스코그룹(포철)의 모형을 한국통신의 경영체제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한국통신과 한국통신의 자회사들을 묶어민영화된 「한국통신그룹」을 만들자는 게 한국통신 민영화추진방안의 골자다.

포철에 대한 정부지분은 현재 33.61%로 정보통신부가 주장하는 한국통신에대한 정부지분 34%안과 비슷하다. 포철은 따라서 정부투자기관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상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물론 대주주는 정부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하는 최고경영자인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며 공동대표이사인 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임된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임원역시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며 경영위원회와 인사위원회로 나뉜 합의식 위원회가 회사의 주요사항을 의결한다. 뿐만 아니라 팀편성, 인사권 및 예산권이본부장에게 위임돼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한국통신은 이같은 실질적 민영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라도 그룹경영체제가가능하도록 자회사 경영에 자율성이 부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자회사의 비상임 이사중 관선이사를 배제하고 자회사의 예산편성, 경영평가 및 결산에외부간섭을 배제하자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PCS 자회사가 한국통신 식구냐 아니냐를 두고 벌어졌던 논란도그룹경영체제가 확립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한국통신의 민영화는 시기 문제일 뿐 이미 대세의 흐름을 타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통신 스스로가 목청껏 민영화를 외치고 있지만 상당수의 직원들이 내심으로는 아직도 「안정된 직장」이라는 오랜 관료주의 의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는 성공적인 민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실질적인 민영화에 앞서 한국통신이 스스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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