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장기침체 컴퓨터 유통시장 탈블황 10계명;(7)

서울 용산상가에서 N컴퓨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H사장은 본사의 무성의한 대리점 관리 정책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본사는 신규 대리점 확보에만 열을 올려 대리점 수 늘리기에만 급급할 뿐현재 영업중인 소속 대리점에 대해선 별다른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입점한 대리점 입장은 고려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신규 대리점을 개설해 주고 있어 같은 제품취급 대리점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우스꽝스러운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컴퓨터 전문매장이 밀집된 용산상가에는 한개 층에 4개 이상 동일브랜드의 대리점이 입점해 있는 곳도 있다. 이들 대리점은 한때 같은 브랜드매장이 여럿모여 있으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자연히 매출도 늘것이라는 희망을 갖기도 했지만 이미 그 환상은 오래 전에 깨졌다. 대리점간과당경쟁으로 「값내리기」, 「끼워주기」에 열을 올리다 보니 박리다매에서박리소매(薄利少賣)로 바뀌어 날이 갈수록 마진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부담도 대리점들에 가중되고 있다. N컴퓨터에는출장 서비스라는 개념이 아예 없다. 컴퓨터 고장으로 AS를 받아야 한다면 소비자가 직접 가까운 서비스센터로 제품을 가지고 가야 한다. 이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한 대리점에 항의하게 마련이다. 대리점은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되면 결국 대리점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리점 직원을 동원해 무상 출장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박리소매에 허덕이고 있는 차에 본사 AS의 미진한 부분을 대리점에서 채우지 않는다면 고객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리점 마진이 줄어드는 또 다른 요인은 컴퓨터 할인판매 기간이 끝나도정상가로 환원해 팔 수 없다는 것이다. 세일이 끝난 후에도 할인된 가격에구입하려 하는 고객의 요구도 거세지만 무엇보다도 정상가로 환원할 수 없는가장 큰 이유는 새로 출시된 제품의 가격이 할인판매하던 이전 모델의 정상가와 같기 때문이다. 결국 대리점은 재고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할인판매기간을 자체적으로 연장해 이전 모델을 싸게 팔 수밖에 없다.

또 대리점이 본사로부터 한 번 인수한 제품은 반품이 불가능하므로 구매자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제품은 악성재고로 남는다. 계약금 없이 전화를 통해컴퓨터를 주문하는 고객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날로 늘고 있어 대리점은 재고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만일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이들 제품에 대한 다른 구매자가 나서지 않는다면 악성 재고가 되므로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서둘러 팔아야 한다.

심지어 어떤 컴퓨터 업체는 대리점이 본체만을 주문할 경우 모니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 3만원 가량의 예상 마진을 대리점이 부담하게 하는 경우도있다. 대리점 운영주들은 여러 차례 이를 개선해 줄 것을 본사에 요구했지만전혀 나아진 게 없다.

이런 실정에서 대리점은 본사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갖게 마련이다. 본사와 대리점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져 우호적인 관계는 쉽게 깨지고 만다.

종로에 위치한 한 컴퓨터대리점은 완제품보다는 조립컴퓨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대리점 간판과 인터리어를 통해 업체 홍보효과를 누리면서 독자적인 영업을 통해 마진을 높여보겠다는 생각에서 이 방법을 택했다.

컴퓨터 업체는 대리점 수를 늘려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과 판로 확장 등 시장을 넓혀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예하 대리점의 만족을 통한자발적인 협조가 가능하도록 공생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무리한 양적 팽창을 지양하고 유통점의 내실화를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최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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