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대만 에이서, 500弗짜리 PC 성공할까

PC와 네트워크 컴퓨터(NC) 진영이 미래 컴퓨터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에이서의 5백달러짜리 低價PC 「에이서베이식」이 이달 하순 출시를 앞두고 있어 이의 성공여부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에이서의 스탄 시 회장은 이 5백달러짜리 PC가 적어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업체를 PC시장의 맹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즉 5백달러의 가격이면 국민소득수준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낮은 이들 지역에서는 충분한 보급력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승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의 발상은 우선 컴퓨터업계의 무한한 성능경쟁이 이용자들의 현실적인필요성과는 동떨어져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고성능 하드웨어와애플리케이션은 시스템 가격상승이라는 인플레현상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결국 프로세서와 운용체계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만 살찌우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용자가 정작 사용하는 컴퓨터는펜티엄이나 윈도95가 필요없다는 것이 시 회장의 지론이다.

따라서 펜티엄이나 윈도95를 채용하지 않고 4MB의 메모리와 1백MB 용량의하드드라이브만 탑재, 컴퓨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에이서베이식」이 이용자가 원하는 컴퓨터라고 시 회장은 주장한다. 이 PC는 TV세트에연결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모니터도 없다. 그래서 가격을 5백달러로 낮출 수있게 된 것이다.

한편 이 「에이서베이식」은 일반PC의 기능을 대폭 줄인 5백달러짜리 초저가라는 점에서 NC와 동류이지만, 네트워크 의존이 아닌 스탠드얼론 기능이라는 점에서는 NC와 구별된다.

스탄 시 회장은 NC가 인터넷 등 네트워크에 접속된 상태에서만 제 성능을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한계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개인의 정보를 보관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으며 만약 중앙의 대형 서버가 없다면 NC는 5백달러의 가치도 없다는 얘기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최근의 한 조사보고서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달 시장조사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社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앞으로 인터넷 전용기기보다는 저가이면서 컴퓨터기능을 제대로 가지고있는 PC를 더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에이서는 「에이서베이식」을 기존 복잡한 기능의 일반PC와 구별하는 것은 물론 NC와도 뚜렷이 차별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시 회장은 이 제품의 주요시장을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인터넷관련 인프라 구축이 덜 진전된, 그러면서도 PC시장의 성장속도가 빠른 아시아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이서가 이 제품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당장 팔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특히 시 회장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현재 시장점유율이 고작 2.

4%로 다른 아시아지역과는 달리 이 시장에서만 유난히 맥을 못추고 있는 에이서는 그러나 저가 5백달러짜리 PC를 무기로 그동안의 열세를 만회, 오는 98년에는 3위 안에 들고 오는 2000년에는 정상을 차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 회장의 低價PC에 대한 이러한 구상이 두 가지의 오류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현재 세계시장에서 PC의 고성능화가 거스를수 없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개도국 PC시장은 아직 낡은 기술을 원한다고생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용자들이 PC를 선택하는 데 있어 성능보다 가격을 우선시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시아 PC시장에서 소비자들의 PC성능에 대한 욕구는미국이나 유럽수준을 능가하거나 최소한 이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주장이다.

결국 단지 저가라는 무기 하나만으로 이 지역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스탄시 회장의 전략은 잘못된 상황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분석이다. 아무튼 현재 무서운 기세로 세계PC시장에 돌진하고 있는 에이서가 높은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또다시 5백달러짜리 「에이서베이식」으로 수요몰이에 나설 경우 기존 PC시장은 물론 NC진영에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분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현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