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덕진풍"과 개인휴대통신

지금으로부터 1백20년 전인 1876년 미국의 벨이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후 20년이 지난 1896년 궁내부(덕수궁)에 최초로 자석식 전화가 개통되었는데 그 당시 텔레폰의 발음을 따서 「덕진풍」이라 하였다.

「덕진풍」에서 시작된 우리의 통신 역사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실생활에 이용됐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수화기 옆에 있는 자석식 발전기를 열심히 돌려야만 교환원이 나와서 통화를 연결시켜 주었던 일들과 전화를 신청해놓고 몇 년씩이나 개통이 되기를 기다리던 때를 생생히 기억하고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1960년 초반 국산 전화기의 개발을 시작으로 전화가입자 수 세계 9위의 국가로 성장했다.

해외 각국에 전자식 교환기를 비롯한 통신시스템을 수출할 뿐 아니라 통신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초월한 개인휴대통신(PCS) 등 새로운 분야의 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많은 외형적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외형적 변화뿐 아니라 통신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도 우리사회의 변화된 모습일 것이다. 그 배경에는 아마도 통신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아울러 개인 가치관의 변화와 문화의 다원화 등을 통한 신속한 의사 및 정보 전달에 대한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화되는 동안 「덕진풍」을 가져다 주었던 통신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우리가 잔걸음으로 따라갈 때마다 그들은 큰걸음으로 앞서가고 있었으며 위성통신·고속양방향무선호출·PCS 등의 주요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서비스를 이미 시작할 정도의 통신 강국이 됐다. 그들은 그동안 닫아 두었던 우리의 통신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세계무역 체제의 개편으로 우리도 언제까지나 문을 닫고 있을 수 만은 없게 됐다.

우리 통신산업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선진국 기술에 대한 의존이 커다란역할을 한 현실 앞에서 통신시장 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않는다면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쏟았던 그간의 우리 노력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을것이다. 다행히 지금 우리는 통신산업 발전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이러한 공감대를 토대로 우리의 부족한 점 몇 가지만 채워 나간다면 그들과 맞서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그 첫번째는 핵심 기초기술의 확보와 부품 개발능력의 배양이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개발과 상용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앞선 우리지만 결국그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퀄컴이라는 미국의 조그만 벤처기업이다.

핵심 기초기술을 가지지 않고 선진업체와 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은가시적 효과가 없더라도 기초기술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안된다면 원천기술이 있는 곳에 연구개발(R&D)기지를 차려 놓고 그들을불러들여 배우고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품 개발면에서는 특히 핵심부품에 대한 주문형반도체(ASIC)개발능력이 부족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 연구소나 기업들이 ASIC개발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아울러 주요 부품에 대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계를 적극 추진해 부품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는 신규 서비스의 국제적인 표준화 작업에 대한 우리의 참여 문제이다. 예를 들어 2000년 이후에나 상용화될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FPLMTS)에대한 국제적인 표준화 작업이 수년 전부터 활발히 진행중인데 우리 정부와기업의 관심과 참여가 적극적이지 못한 듯하다. 향후 각종 표준화 제정시 남들의 결정에 따라가지만 말고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전문가 팀을 구성해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디자인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요즈음 소비자들은 제일 먼저 제품의 디자인을 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만큼 디자인이 중요하다는것이다. 통신강국의 제품들을 보면 디자인에서 벌써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그러한 제품들에 우리 국민들도 마찬가지로 사로잡히고 말 것이다. 디자인은 이제 단순한 겉모습이 아닌 제품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인력양성 문제이다. 위의 모든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이 필요하다. 해마다 통신관련 인력이 부족해 기업간의 쟁탈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신규통신서비스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있는 사람만 쓰는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은 정부와 기업이 전문 재교육기관을 신설하고 필요인력을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제 새롭게 출범하는 기간통신서비스사업자뿐 아니라 시스템 제조업체와정부 그리고 학계가 하나가 되어 우리의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간다면 열강이가져다 준 「덕진풍」에서 시작된 우리의 통신역사는 이제 PCS와 그 이후 시대에는 통신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金柱瑢X현대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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