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칸느에서는 화려하게 열린 영화제 페스티벌과는 별도로 전세계 영화구매자들의 눈길이 쏠렸다.
관광객들이 칸느페스티벌을 즐기는 동안,크고 작은 호텔에 부스를 마련한칸느견본시(MIF)출품작을 놓고 값을 흥정하기 위해 모여든 각국의 영화제작자,에이전트,딜러 그리고 영화사의 구매담당자들이 긴장된 표정과 바쁜발걸음으로 해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수 있었다.
지난 5월 9일부터 12일간 열린 칸느견본시를 방문한 우리나라 영화인들은대략 70여명.삼성,대우,SKC등 대기업 3사에서 약 30명이 이번 견본시를 다녀갔고 나머지는 동아수출공사,새한미디어,LG미디어,금강기획,그리고 충무로영화사와 개인 딜러들.
2-3년 전만해도 1백50-2백여명의 영화인이 견본시에 떼지어 몰려 나갔던것과 비교하면 올해의 칸느마켓 참가자는 대폭 줄어든 셈이다. 대기업중심의영화계판도변화로 충무로의 영화사들이 많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번 칸느견본시의 특징은 50만달러이하 출품작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드라마나 코미디물의 값이 현저하게 떨어진 데에 반해 하드액션과 SF액션은거의 두배정도 가격이 폭등한 것.
이는 우리나라의 구매패턴에 익숙해진 라이센서(영화를 파는 회사)들이 액션물의 제시가격(asking price)을 터무니없이 높게 부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백만4백만달러정도의 낮은 예산으로 만든 헐리우드 B급액션의 가격은지난94년까지만 해도 10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정도였다.한국의 영화시장규모를감안해 제작비대비 5,6%를 한국내 판권가격으로 책정해 왔던것.그러나 한국영화사들의 「제살깍아먹기식」경쟁을 경험한 해외라이센서들은 이제 제작비대비 10%까지를 판권가격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칸느를 다녀온 SKC의 구매담당자는 『최근 극장이나 비디오보다TV시장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나 코미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액션이 아니면 비디오렌탈시장에서 팔리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액션위주의 구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이번에 SKC는 액션 4편,드릴러 2편,에로 1편,드라마 1편등 총 8편을 구매했으며 대우는 총구매작 10편 중 액션이 9편을 차지해 액션편중현상이 더욱심각했다.또 동아수출공사는 액션 7편,코미디 3편,스릴러 2편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와 LG등 그동안 관망자세를 보여온 대기업계열사들이 이번 견본시를기점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구사해 향후 영화시장구도에 변화를 예고했다.
현대는 견본시와는 별도로 파리에서 계열사 금강기획을 통해 메이저급영화사 카날 플러스와 영화합작 계약을 체결했으며 LG는 칸느영화제 대상작<비밀과 거짓말>의 구매의사를 밝혀 눈길을 모았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영화였던 마이클 더클라스,조디 포스터주연의 스릴러<게임(The Game)>은 대부분의 국내업체가 구매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수출공사의 이동식부장은 『견본시는 끝났지만 아직 이영화의 경우 가격을 놓고 협상중』이라고 밝혔다.
96칸느견본시에서 나타난 우리 영화계의 전체적인 구매경향은 충무로의 위축으로 바이어수가 줄어들었고 비디오용으로 출시할 만한 헐리우드 B급액션의 독식현상이 더욱 심화됐다고볼 수 있다.그러나 자금동원력을 앞세워 무조건 액션영화를 싹쓸이 하던 관행은 많이수그러들었다는 게 이번 견본시를 다년온 구매담당자들의 평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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