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컴퓨터산업 새물결 (18);복사기의 디지털화

전국에 5백여개 대리점을 가지고 있는 K유통의 총무과에서 대리점과 연락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형출씨는 요즘 세상 살맛이 난다. 지난달만해도 산더미같은 서류더미에 쌓여 눈코뜰 새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평소에 읽지못했던 고전을 읽을 수도 있을 만큼 요즘은 여유가 생긴 것이다. PC로 작성한 서류를 출력한 뒤 이를 일일히 복사하고 대리점마다 팩스로 내려보내야했던 단순 반복 작업을 요즘은 자기 PC에 연결된 디지털복사기가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디지털복사기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에 일어날 가상상황이다.

디지털복사기가 이처럼 사무환경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기대되고 있는 것은 기존 복사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복사기는 최근에 불고 있는 사무기기 복합화의 결정판이다. 현재 복사기·팩시밀리·프린터 등 개별상품들은 자체적으로 안고 있는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점차 복합화하고 있는 추세다. 팩스 기능을 중심으로 프린팅 기능을 부가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가 하면 복사와 팩스 기능을 결합한 제품도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같은 복합화 작업은 결국 디지털복사기로 가기 위한 전단계일 수밖에 없다. 복사와 팩스 그리고 프린팅 등 모든 사무기능을 하나로 통합한제품이 디지털복사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디지털복사기를 종합사무출력장치로 부르기도 한다.

편집기능도 관심이 가는 대목. 기존 개별 사무기기는 이미 존재하는 서류를 단순하게 재생하거나 이동시키는 기능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복사기는 이를 자유자재로 재편집, 서류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 예컨대 기존 서류의 모양을 원하는 대로 바꾼다거나 새로운 내용을 첨가할 수 있으며 기존 복사기 보다 축소·확대의 폭도 훨씬 넓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조되는 디지털복사기의 기능은 네트워킹이다. 네트워킹기능은 사무작업의 초기단계에서 서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무환경을 혁명적으로 개선할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복사기에서는 디지털 신호로 정보가 오가기 때문에 PC와의 연결이 가능하며 이로 인해 PC에서 작성한 각종 서류를 출력하지 않고도 다른 장소로 보낼 수 있고그곳에서는 자기가 필요한 양식대로 재편집해 출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복사기가 이와같은 강력한 기능을 바탕으로 차세대 사무기기시장을 석권할 유력한 제품일 것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사람은없다. 더구나 복사기 팩시밀리 프린터 등 개별상품으로 형성돼 있는 사무기기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신장률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 시장의현실을 감안하면 사무기기업체로서도 사운을 걸고 이에 매달릴 수 밖에 없을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코리아제록스는 조만간 일본으로부터 이를 도입할 계획이고 복사기사업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 현대전자도 내년초 출시를 목표로 현재 이천 연구소에서 개발중이며 복사기사업을 포기한 삼성전자도 사업재개를 꿈꾸며 디지털복사기의 개발에 열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복사기가 대중화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는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격문제. 디지털복사기는 기존 복사기보다 10배 가까이 비쌀 것으로 예상돼 특정 사용처를 제외하면 일반사용자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디지털복사기의 본산인 일본의 경우 94년 도입기를 거쳐 95년 전체복사기 시장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과 국내 사무기기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디지털복사기시대는 의외로 빨리 찾아올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균성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