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철(42)씨는 얼마 전 큰마음 먹고 아들에게 컴퓨터를 사주었다. 미래를준비하는 세대로서 정보화에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어렵게 장만한 컴퓨터로 아들이 하는 일은 게임이나 채팅이 고작이었다. 화가 나서 아들을 야단치던 김씨는 『그럼 뭘 해요』하고 되묻는 아들을 보며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중학생인 아들에게 권장할 만한 정보나 프로그램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의 고민은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 가정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컴퓨터 매장에 나가보면 일부 외국어 학습프로프램을 제외하고는 선뜻 손에 잡히는 학습 프로그램을 만나기 힘들다. PC통신에도 학생들을 위한 교육정보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에게 외면받은 지 오래다.
『통신에 있는 학습정보요? 몇 번 이용해 보기는 했는데 별 도움이 안돼요. 내용도 부실하고 딱딱해서 읽기도 싫어요.』
월촌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일창(15)군은 통신을 이용한 학습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말한다.
통신학습에 대해 고개를 흔드는 것은 황정수(서교초등학교 5)군도 마찬가지.
『전용 프로그램 다운받고 설치하는 게 번거롭고 귀찮아요. 내용도 지겨운걸요.』
컴퓨터의 활용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통신은 하면서도 교육정보는 이용하지 않고, 컴퓨터는 가지고 있지만 학습프로그램은 활용하지 않고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 등 PC통신의 이용시간에서 교육학습 정보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천리안 교육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월 8천명 정도. PC통신을 이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청소년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숫자다. 하이텔·나우누리의 경우도 게임이나 연예정보등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교육정보의 이용률이 낮다.
내용도 만화한자학습, 수리탐구학습 책자를 그대로 옮겨놓아 온라인 학습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에서의 컴퓨터 이용실태는 더 심각하다. 『쓸데없이 번거롭기만 하고효과도 없는 것』이라는게 컴퓨터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대부분 교사들의 생각이다.
『교육개발원을 통해 일년에도 수십개의 프로그램이 전달됩니다. 하지만이건 정말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이용하는 것보다 사용법을 익히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오류가 있는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내용도 교과목 지도서를 텍스트나 이미지 파일로 바꿔적당히 옮겨놓은 정도여서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부안여상 전산과 권오인(34) 교사의 지적이다.
일선 교사들은 학교에 보급되거나 시중에 나와 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가대부분이 수업에 활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지적한다. 참고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종이책의 복사판이거나 다 아는 내용을 지루하게 설명하고 있어 진도맞추기에 급급한 현재의 교육실정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은 푸대접받기 일쑤다. 지난해 10월 부안여상은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시범학교로 지정되어 발표회까지 가졌지만 행사가 끝난 후 ID는 모두 정지되고 말았다. 배정할 예산이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연히 전산실에 갖춰놓은 486컴퓨터들은 수업시간에만 이용하는 장비가 됐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교육용 DB나 프로그램의 질을 실제 교육환경에 맞게개선하고 멀티미디어 환경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만 않다.
『학습정보의 정보제공자(IP)들은 대부분 영세해서 「기존 보유정보의 재활용 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학습도를 높이기 위한 멀티미디어 정보개발이나 컴퓨터 학습이론의 적용은 엄두도내지 못하지요.』
천리안 IP 담당자의 말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프로그램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교육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그러기에는 시장전망이 너무나 불투명하다』는 것이 교육용 프로그램 개발사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인색한 투자 때문에 부실한 DB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이 때문에 다시교육정보가 외면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양대 교육공학과 김동식 교수는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시각의 변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교과서와 별 차이가 없는 DB나 프로그램의 제작은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는 것.
『학교수업의 재판이 아닌 흥미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학생들에게 유익하면서도 매력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교육현장에서 활용될 수 없지요.』
그러기 위해서 김 교수는 전산전문가와 교육관계자, 해당 정보의 전문가가함께 참여하는 협조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기술적으로는 멀티미디어나 하이퍼텍스트 방식을 도입한 DB와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는지적이다.
김 교수는 『학생들을 겨냥한 교육정보뿐만 아니라 국회·환경정보 등 사회 일반DB에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교육정보 연구 결과를 민간에게제공하고 해외교육DB나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와 함께 최근 붐이 일고 있는 기업들의 인터네트 홈페이지에 학생들을대상으로 하는 교육정보를 하나씩 추가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추진해 볼만하다는 지적이다. 골이 깊은 곳에 물이 모이듯 유용하고 필요한 정보가 많으면 정보화 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윤옥 기자>
IT 많이 본 뉴스
-
1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2
갤럭시에서도 애플TV 본다…안드로이드 전용 앱 배포
-
3
애플, 작년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0% 육박
-
4
삼성 갤럭시 점유율 하락…보급형 AI·슬림폰으로 반등 모색
-
5
이통3사, 갤럭시S25 공시지원금 최대 50만원 상향
-
6
EBS 사장에 8명 지원…방통위, 국민 의견 수렴
-
7
공정위 '유튜브 뮤직' 제재 2년 넘게 무소식…국내 플랫폼 20%↓
-
8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AI GPU·인재 보릿고개…조속한 추경으로 풀어야”
-
9
앱마켓 파고든 中게임, 국내 대리인 기준 마련 촉각
-
10
“AI G3 도약 핵심은 AI 인프라…국산 NPU도 적극 활용해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