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심층진단 학교 정보화교육 이것이 문제다 (3)

「컴퓨터는 몰라도 인터네트는 안다.」 최근의 학교정보화의 움직임이 인터네트 환경을 중심으로 한 교육 위주로 진행되면서 나온 우스갯소리다.

인터네트를 모르면 「넷맹」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인트네트가 학교를비롯해 우리 생활에 급속히 파고 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증이라도 하듯 요즘 인터네트 강좌는 어디서나 성황을이룬다. 각 언론사들이 주최하는 인터네트 공개강좌는 물론 인터네트 접속기관에서 실시하는 무료 공개강좌에도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초만원을 이루고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인터네트 교육을 받은 사람은 유·무료 강좌를 합쳐 모두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인터네트 사용자는50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는 언론사의 인터네트교육 캠페인이 한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종합일간지들은 지난 3월부터 갖가지 이름을 내걸고 인터네트 교육사업에앞다퉈 나서면서 학교정보화 주도권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 뒤에 가려져 있는 문제점들이 지적되기도 한다. 즉현재의 인터네트 붐은 「거품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중고등학생들에 대한 인터네트 교육과 관련해 일반인들의 의견도 각기 다르다. 우선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인터네트 교육을 시킬 경우 영어교육과 음란물 접촉 등 문제가 적지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인터네트에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거의없다는 생각이다.

이와 달리 인터네트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인터네트 교육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학생들에게 보여줄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인터네트 산업의 현주소를 반증해 주는 것이므로 산업발전에 대비해 학생들에게 미리 인터네트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얘기이다. 이들은 일단 최근의 인터네트 붐에 대해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데이콤 인터네트 교육팀의 류지창(26)씨는 경부 고속도로건설의 예를 들면서인터네트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60년대에 먹고살기도 힘든데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웬말이냐며 이 계획을취소했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장래를 예견하지 않고 현실에만 치중하다보면급속한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학생들의 인터네트 교육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은 예전에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예산낭비라고 반대했던 사람들처럼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낙후된 학교정보화가 학생들의 인터네트 교육을 계기로 한 단계 올라설 수도 있다는 것이 얘기의 요지이다.

또 다른 인터네트 전문가 K씨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초등학생들로 하여금 화상회의시스템이나 채팅 등 프로그램을 이용, 지구환경에 대한 의견교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APRENE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 유럽 선진국들이 이와 비슷한 계획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는 인터네트를 매개로 한 학생들의 정보화 교육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이야기는 일면 타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바른 인터네트 교육을위해서는 기반환경 구축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미국의 예를 보자.

미국의 PC보급률은 50%를 넘어섰으며 PC이용이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이미 오래됐다. 기업은 물론 가정이나 사회의 대부분의 정보교환이 컴퓨터를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컴퓨터에 대한 마인드가확산되어 있다. 미국 전지지역의 학교를 인터네트망으로 연동시키는 「넷데이96」과 같은 행사에 수많은 학부모와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일부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는 정보화 마인드를 갖추고 있을 뿐 대부분의 교사와 학부모 등은 학생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컴퓨터에 대한 문외한들이다. 아직도컴퓨터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들도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인터네트가 학교 정보화의 한 과정으로자리를 잡아야지 결코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 언론사의 학교정보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시내 M고등학교朴모 교사는 『학생들을 위한 인터네트에 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인터네트에 접속해 본 경험이 전혀 없어서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기본적인 컴퓨터 교육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판에 인터네트 교육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인터네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86급 이상의 CPU(중앙처리장치)와8M메가바이트 이상의 주 메모리를 갖춘 PC가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1학급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최소한 56Kbps급의 전용회선이 필요하다.

여기에 화상수업 등 인터네트상에서 멀티미디어 정보의 교환을 가능하게하려면 PC마다 비디오 캡쳐보드와 카메라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 사양의 PC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

현재 XT급 컴퓨터가 주종인 초·중고등 학교의 PC환경을 인터네트 환경으로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업계의 자발적인 지원과 정부 예산에 기대한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

성공한 인터네트 학교정보화 캠페인으로 꼽히는 미국의 「넷데이96」의 경우 인터네트 산업이 어느 정도 기반에 올라선 상태에서 많은 기업들의 지원이 뒷받침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와 확연히 다르다. 기업의 자발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터네트 전문강사에 대한 문제가 없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인터네트를 잘 아는 강사들이 크게 부족하다. 설사 교사양성 프로그램이 마련돼 교사를 키우더라도 이들의 연륜은 인터네트를 접한 지 3∼4년 밖에 안된다.

그러다 보니 인터네트 교육도 접속법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정작 필요한 검색부분에 대한 교육은 별로 없는 형편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은 인터네트 교육 이전에 이미 선행됐어야 할 컴퓨터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교컴퓨터 교육은 형식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컴퓨터 교육은 교과과정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것일 뿐 실제로 컴퓨터를 이용해 학습에 필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교육-컴퓨터 그래픽이 훌륭한 예이다-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현재와 같은 캠페인성의 인터네트 교육도 일면 학교 정보화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식으로 나간다면 지난 시기의 학교정보화가 그랬던 것처럼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않다. 인터네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교육이 되어서는 결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각급학교의 인터네트 교육은 컴퓨터 활용 교육의 하나로서 위치 매김할 때만 학교정보화를 한단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정부와 각급학교 들이 인터네트 교육 못지않게 기본 컴퓨터 교육에도 충실해야한다. 특히 그동안 컴퓨터 교육에서 나타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컴퓨터를 이용해 무엇을 하고 인터네트를 통해 어떤 정보를 검색할 것인지 등 컴퓨터의 활용법에 역점을 둔 교육개발에 힘쓰야 할 것이다.

<구정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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