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카메라산업이 최근 새로운 변혁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1백50년이 넘는 사진의 역사에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변혁의 주인공이 바로 디지털카메라다. 컴퓨터산업과 더불어 발전을 거듭해온 디지털처리기술은 이제 사진분야에도 밀려들어와 우리에게 익숙한 필름을 점차 밀어내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는 컴퓨터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제품이다. 디지털카메라는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0과 1이라는 숫자로 영상정보를 기록하며 따라서 컴퓨터 없이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디지털카메라의 수요도 PC수요와 맞물려 있다. 멀티미디어시대가 펼쳐질 2000년께 PC 사용자는 전세계적으로 1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메라업계는 이 가운데 20∼50% 정도가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치의 편차가 큰 것은 그만큼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아직은 초창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멀티미디어 환경이 무르익어 가면서 영상데이터에 대한 수요는급증할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디지털카메라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디지털카메라만 있으면 일반인도 손쉽게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암실 작업과 현상소를 거치지 않고도 컬러프린터만 있으면 곧바로 컬러사진을 만들 수있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화면 내용을 바꿀 수도 있다. 또한 기존 통신망을 이용해 먼곳으로 사진을 보낼 수 있어 취재현장,의료현장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있다.
디지털카메라의 쓰임새는 이처럼 폭넓기 때문에 앞으로 TV와 PC처럼 대중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디지털카메라는 새로운 멀티미디어기기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는 기존 아날로그 카메라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지만가격은 비싸다는 약점이 있다. 30만원대의 필름카메라의 화소수는 4백만개인데 비해 1백50만원대의 보급형으로 개발된 디지털카메라의 평균 화소수는 40만개 정도다. 디지털카메라의 값은 필름카메라보다 5배나 비싸지만 화질은10분의 1수준인 셈이다.
그렇지만 반도체 기술의 발달은 디지털카메라의 가격대 성능을 개선시킬것으로 보인다. 2000년께에는 1백50만화소 정도의 디지털카메라가 지금의 컴팩트카메라의 가격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카메라는 92년 미국의 코닥사가 처음 선보인 후 미국과 일본의 유수 업체들이 잇따라 기술 개발및 제품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로는 미국의 코닥을 비롯해 일본의 후지·카시오·리코·올림퍼스 등이 꼽힌다.
특히 일본은 최근 소니·마쓰시타·샤프 등 가전업체들도 가세하는 등 디지털카메라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다. 일본 시장은 보급형 제품의 판매가월 1만대를 넘어설 정도다.
심지어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카메라산업의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있는데 통산성은 디지털카메라산업을 3차원 화상을 입력하는 새로운 장치산업으로 인정해 표준화작업까지 도맡고 있다.
아무래도 디지털카메라 시장에는 필름 업체들의 관심이 높다. 이들 업체는멀티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이 필요없게 되자 생존 차원에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미국의 코닥은 기존 사진과 같은 6백만 화소의 초고해상도의 제품에서 부터 38만 화소의 보급형에 이르기까지 가장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개발을 주도하는 또다른 업체로 일본의 사무기기업체인 카시오社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저가의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올해에도 3개 기종을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이밖에 샤프등도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의 제품 개발 방향을 보면 주로 저가의 보급형 제품에 집중됐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인의 관심을 고조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최근 저가 제품의 잇따른 출시로 디지털카메라시장 경쟁은 점차 화질에서가격으로 치닫고 있다. 덕분에 시장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디지털카메라업체들은 수요 증대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디지털영상에 관련한 표준안을 마련해 다양한 기종간에 호환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디지털카메라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아직 국내에서의 관심이 미미한 편이다. 본격적인 시장 형성 시점도 내년 이후로 점쳐지고있다.
현재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는 유일하게 자체 모델을 개발해 내놓은 삼성항공을 비롯해 현대전자·한국코닥·한국후지필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신도리코의 자회사인 신도시스템과 폴라로이드 등도 신규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항공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디지털 카메라(모델명 SSC-410)를 오는 10월께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 회사는 또 97년말께 저가형과 고급형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세워놓고있다.
현대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 카시오사의 제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는 데올해안으로 중급 제품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이 회사는 최근영업망을 강화하는 한편 곧 자체 모델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국코닥은 지난해 내놓은 「DC-40」이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후지필름도 그동안 고가의 디지털카메라 사업에 치중했으나 최근 저가의 보급형 모델 「DS-220」을 내놓고 본격적인 판촉활동에 들어갔다. 신도시스템은 디지털카메라시장에 새로 진출키로 하고 최근 일본의 리코사등과 접촉중인데 올해 안으로 디지털카메라를 수입 판매할 계획이다.이밖에 한국폴라로이드도 곧 세 종류의 디지털가메라를 수입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의 디지털카메라 사업은 삼성항공을 빼고는 대부분 외국 제품을수입 판매하는 수준에 머문다. 디지털카메라가 부품산업 등 다른 연관산업에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록 우리 디지털카메라산업이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우리업체들로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말한다.전자기술에 크게 의존하는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상 전자산업이 발달한 우리 업체들이 외국 업체에크게 뒤질 바 없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자체 기술 개발보다 외국 제품의 수입 판매에 기대는 자세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은 따라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메라업계는 치밀한 시장조사와 예측에 바탕을 둔 단계적인 기술 개발로앞으로 맞닥뜨릴 변혁기를 슬기롭게 넘어야 한다고 관계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조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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