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한 기업체의 기술정보실을 방문하면서 조금은 생경한 경험을했다.
승강기를 타고 정보실이 위치한 10층에 내렸지만 마그네틱 도어로 출입자체크를 하는 출입문 앞에서 멍청하게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려야 했다. 결국 사무실 미화요원의 도움으로 그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었지만 전자주민증이나 통합학생증이 시도되고 있고 IC카드로 신용카드 또는 사원증이대치되고 있음에도 이런 경험이 생소한걸 보면 필자는 아직 정보사회에 적응치 못하는 범부에 지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발달사는 여러가지 측면이 있지만 통제 될 수 있는 집단의 규모가점점 커져온것도 한가지 특징이다.
그리고 일천만이 넘는 소위 대도시 속에서도 알고지내는 사람의 수는 백여명 안팎이라는 철저한 고독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개개인에게 익히도록 만든것이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의 능력을 기계에게 대신해서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다.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아니다. 그 사람의 생김새나 성별 나이에 따라서 뿐아니라 경제적 환경이나 신분에 따른 외견상의 차이 같은 보편적인 시각적 구분이 가능하지만 많은 사람들 속에서 구분하는 방법도지문이라든가 치아 구조, 망막구조 같은 독특한 신체적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외견상 특징을 기계적으로 감지하는데에는 아직 많은 비용을필요로 한다. 설사 비용이 줄어들어 각 개인의 기계적인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고 해도 문제가 되겠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은 조선 시대의호패 처럼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특정한 의미를 지닌 신분증을 사용한다.
이런 신분증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온 것이 신용카드와 같은 마그네틱 카드이다. 이 카드는 수백만명의 가입자들을 구분해서 신용도를 평가하고 현금없이 거래할 수 있는 소위 외상거래를 가능하게 했으며 그 폐해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되는 신분증이 되어 있다.
IC카드 처럼 단순한 신분 코드가 아니라 필요한 정보 자체를 카드에 담는 방법이 전자주민증이나 대기업의 사원증에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사람에국한하지 않고 신분증이라는 개념을 확장하면 보다 오래전 부터 사용되온 것이 바코드 시스템이다.
흔히 슈퍼마켓의 계산대에서 스캐너로 읽어들여 물품값을 대신 계산하는이 시스템은 종말론자들의 「666」 시비가 되고 있지만 관련 장비의 경제성확보로 많은 부분에서 활용되고 있다.
생산공장의 각 라인에 공급되는 부품의 ID를 지정해 JIT(Just InTine)에 사용되기도 하고, 심지어 조립식 주택 또는 대형 철 구조물의 각부분을 지정하기도 한다.
컴퓨터적이라고 할지 또는 기계적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비교적 소규모의 집단에서는 바코드시스템의 활용이 점차 확산 또는 변화되고 있다. 대학도서관의 경우 수십만권의 장서를 바코드로 구분해서 대출관리를 하고 학생증에는 학생신분을 바코드로 표현해서 대출자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다.
고가의 스포츠.레저 장비의 경우 바코드에 의한 상품관리와 그 구매고객의회원관리 역시 일반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필라델피아>라는 영화에서는 이 바코드 시스템의 단순함이 갖는 장점을이용해서 팔목에 문신을 새겨 각 개인을 통제하는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는가상을 하고 있다.
이것은 그저 단순한 가상일뿐이고 실제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마도 거센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다만 신체가 아닐뿐 자신의 신분 카드에 바코드가 새겨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감각하다.
지존파 사건의 발단이 신용카드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만으로 상당한부분의 개인 생활을 감시당 할 수 있다는 것에도 무감각하다. 더욱더 아이러니한 것은 금융실명제가 대부분의 소시민과 무관하고 특수계층의 검은 돈을밝혀 내는데 공헌 한다는 이유로 찬사를 보내며 현금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통제해야만하는 인간 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만 보다 나은 사회가 만들어 지겠지만 인간다움을 지키는 것도 소홀하지않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신분카드를 만들고 올바로 이용 되도록 이끌었으면 싶다.
<(주)아론캐드연구소/김준엽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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