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삐삐요금 연체 골머리

신세대 가입자의 삐삐요금 징수율을 높여라. 무선 호출기(삐삐)가 지난 수년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국민의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지만정작 이를 서비스하고 사용료를 징수하는 통신업체들은 상습 요금체납과 미납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에서 무선호출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서울이동통신을 비롯, 3개 사업자. 이들 회사를 통해 삐삐를 사용하고 있는 가입자는 업체별로대략 1백50만-1백60만명선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들중 매달 사용료를 꼬박꼬박 납부하는 「성실 가입자」는 업체별로 60-65%에 불과하다. 나머지 30% 이상의 사용자는 1-2개월 체납자이거나 아예 사용 정지를 당한 「악성 가입자」들이다.

이같은 사용료 미.체납자는 일반 전화, 휴대전화등 여타 서비스부문에도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무선 호출기는 가입자의 절대 다수가 젊은층,특히 신세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 고등학생에 이어 최근에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까지 파급된 삐비는구입자가 이들 개인이고 요금 부과 고지서도 각 개인이 정한 주소에 배달된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전화의 경우 대부분 주부가 각종 공과금 납부와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호촐기 요금은 이와달리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용돈이 궁한 일부 가입자의 경우 아예 요금 고지서를 외면하거나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요금 납부에 나서는 번거로움이 싫어 미 체납자로 전락하기 쉽다.

업계는 신세대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즉흥성」이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세대들은 「친구가 갖고 있으니 나도 산다」라든가길거리를 지나다가 「삐삐 대폭 할인 공급」이라는 대리점의 간판만 보고 「앞뒤 안가린 채」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삐삐 해지율이다. 충동 구매를 하긴 했으나요금이 부담이 되고 싫증이 나면 신세대 가입자들은 즉각 서비스 가입을 해지한다. 호출기 업체가 파악하고 있는 월 평균 해지율은 약 2%선. 가입자수로 환산하면 서울에서만 업체당 3만명 가량이 매월 호출기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비스업체의 전체 가입자수에는 큰 변동이 없다.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도 요인이지만 해지후 얼마되지 않아 재가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때문이다. 신세대가 주 수요층으로 떠오르면서 겪고 있는 일종의 새로운 「문화현상」이 통신업체의 기업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호출기 사용료의 이같은 미 체납 비율은 고스란히 통신업체의 경영 부담으로 돌아온다. 폭발적인 사용자 증가에 따른 엄청난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요금 징수가 제대로 안돼 「겉으로 남고 안으로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요금 미.체납자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서비스 정지를 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이 경우 가입자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고 가뜩이나 치열한 업체간 경쟁에서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미.체납자의 비율은 여간해서는 줄어들지 않는다.

무선호출 서비스업체들은 이에따라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이동통신의 경우 지난해 연체자 자동호출 시스템을 개발, 불량 가입자 비율을 5% 가량 낮추는데 성공했다. 요금 연체자를 자동으로 검색, 가입자 호출기에 그같은 사실을 고지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내준다.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신세대 취향을 고려, 3-4개월치 요금을 한꺼번에 납부하면 일정액을 할인해주는 선납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가입 당시부터 대금 지불 방식을아예 통장의 자동이체로 하는 방법을 권유하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이런 대안들도 불량 가입자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해 큰효험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이통의 5%」도 대단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래도 30%의 불량 가입자는 남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일종의 「극약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입자 신용정보 조회를 추진하기도 했다. 일부 가입자들이 요금 고지서를 받아볼 주소를일부러 잘못 기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정망을 통해 주소를 스크린 한다든지 각종 금융기관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있는지의 여부 등을 확인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재경원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렸다. 개인의 신용정보는 현재로서는 법으로 허용된 금융기관 등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삐삐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신세대들의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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