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홈PC-안방의 마법상자..수요폭발 예감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PC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홈PC라는 용어가 지금은 국내 PC시장에서 하나의 제품군을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홈PC는 말 그대로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PC. 따라서 이에 대한 상대적인 용어로는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업무용PC(비즈니스PC)를 들 수 있다.

지난 94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PC시장에서는 PC를 분류할 때 으레 286이나 386 또는 486 등을 채용한 CPU에 의해 구분돼왔다.

홈PC라는 용어는 국내 PC수요가 일반가정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용처가 가정이냐 기업이냐에 따라서 제품의 기능이 큰 차이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즉 PC가 단순히 데이터처리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교육 및 오락기능 등 새로운 기능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소비자들의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홈PC의 등장은 필연적인 결과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PC의 수는 약 1백60만대. 이 중 절반이 넘는 95만대 정도(58%)가 일반가정용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93년 전체시장에서 일반가정수요가 차지한 비율인 38%, 94년의 49%와 비교해볼 때 전체PC시장에서 일반가정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전체 PC보급대수가 2백1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있는 올해에는 전체 PC시장에서 일반가정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져 전체의 65%에 달하는 1백37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수요에 의해 확대돼왔던 국내 PC시장이 앞으로는 기업수요가 아닌 일반가정수요에 의해 완전주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홈PC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PC의 보급률이 낮다는데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내에 PC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지난 85년부터 지난해말까지 국내에 보급된 PC는 약 5백만대 정도. 지난 94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수요의 대부분이 일반가정이 아닌 기업 및 공공기관·학교 등을 중심으로 보급됐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PC보급대수의 70%는 이들 업무용PC로 사용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따라서 가정용으로 보급된 PC의 수는 약 30%에 달하는 1백50만대 정도로추산되고있다. 국내 전체가구수를 1천만가구로 추정했을때 1대이상 PC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수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PC의 가정보급률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95년말 기준으로 미국 가정의 27%가 1대이상의 PC를 보유하고 있으며 PC의 저가화와 기술향상 등으로가정으로의 침투가 더욱 가속화돼 오는 99년에는 한해동안 약 1천2백60만대의 PC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94년이후 국내 PC판매대수에서 홈PC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의 33%를훨씬 상회하는 50%를 넘기 시작한 것은 아직까지 가정에서의 PC보유율이 낮다는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당분간 국내 PC시장이 이들 홈PC수요에의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홈PC수요의 급증은 단순히데이터처리용으로만 인식돼온 PC 자체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PC의 멀티미디어화. 업무용PC의 경우 데이터처리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멀티미디어기능을 채용할 필요성이 없었던데 반해가정에서 사용되는 홈PC는 데이터처리보다는 교육용 및 게임용 장비로서의활용성이 강조되면서 이같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이 경쟁적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상과 음성을 지원하는 각종 멀티카드와 CD롬드라이브·팩스모뎀 등은 이제 PC의 기본품목으로 내장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들 다양한 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품 자체의 성능을 대폭 강화한 고성능제품들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홈PC가 멀티미디어PC와 동일한 용어로 통용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이유때문이다.

홈PC의 등장에 따른 변화중 또 하나는 컴퓨터사용환경의 이지(easy)화를꼽을 수 있다. 홈PC를 업무용PC처럼 컴퓨터에 숙달된 사람들이 아닌 학생 및주부 등 대부분 컴퓨터초보자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컴퓨터사용환경을 손쉽게만드는 것이 홈PC시장에서 성공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

TV와 마찬가지로 리모컨기능을 채용하는 것은 물론 도입초기에 그림으로컴퓨터사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제품마다 기본적으로 채용되고 있으며P&P(Plug & Play)기능을 기본사양으로 채용해 어떠한 주변장치들도 손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흐름도 컴퓨터사용자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PC메이커들의 배려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아예 컴퓨터작동법을 CD롬에 담아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일반적인 관행이 되고 있다.

본체와 모니터를 결합한 모니퓨터(일명 일체형컴퓨터)도 컴퓨터설치와 작동을 간편하게 하기 위해 PC메이커들이 홈PC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아이디어상품인 셈이다.

이밖에 베이지색 일변도의 PC색상도 가정에서 일반가구와의 배치를 고려해짙은 회색이나 군청색 등으로 컬러화되고 있고 외부디자인 또한 기존의 사각일변도에서 라운드형이나 코너형 등으로 변형되고 있는 것도 홈PC 등장에 따른 PC의 새로운 추세다.

이처럼 홈PC시장이 전반적으로 국내 PC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PC메이커들의 전략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수요자들의 구매의욕을 높이고 타사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자사만의 고유기능을 내장하는 경향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 홈PC 수요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일반가정 수요자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략하느냐에 따라 PC시장에서의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PC메이커들의 광고가 과거의 기능중심광고에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음성과 동시에 화상을 전달해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마케팅포인트로 내세우는 PC메이커가 있는가 하면 제품의 성능보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육용 및 게임용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점을 앞세우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홈PC의 등장은 PC메이커들의 영업전략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PC가 가정으로 대량보급된다면 일반가전제품과 같은 마케팅과 영업전략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PC영업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과거의 개념을 완전히 뒤엎으며 아예 PC영업 자체를 TV나 오디오 등 일반가전제품과 같이 취급하는경향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실제 가전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대기업들이가전매장에서 PC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영업조직 또한 일반가전과 마찬가지로 개편하거나 가전영업팀과 통합 운영하고 있는 것도 홈PC등장이 가져온 변화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정보화사회의 급진전으로 컴퓨터가 가정의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있는데다 기술발전에 따른 PC가격의 저가화에 힘입어 홈PC는 당분간 국내 PC시장확대를 주도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따라 홈PC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PC업체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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