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컴퓨터.정보통신 분야의 전시회인 세빗이 14일 독일 하노버에서개막됐다. 오는 2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쇼에는 전세계 66개국에서 6천3백여업체가 참여해, 정보통신을 비롯한 컴퓨터.멀티미디어.소프트웨어 등의 분야에 수십만종에 달하는 첨단기술 및 제품을 선보였다.
오늘날 컴퓨터나 정보통신.가전 등 전자산업분야를 다루는 전시회는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은 첨단제품을 출품함으로써 회사 이미지를홍보하고 적극적인 상담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엄청나게 많은 제품이한자리에 집결돼 기술 및 제품 개발, 상품화 동향 등 최신 정보의 교환이이루어지는 것도 첨단전시회의 특징이다. 특히 전자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기술흐름이 빨라 그것을 제때에 따라잡지 못하면 그 기업은 순식간에낙오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이 분야의 전시회가 열리면, 이를 관람하기 위한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구름처럼 모여든다. 이번 세빗에도 무려 70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것으로 주최측은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세빗에 18개 업체(현지법인 포함 24개사)밖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같은 수치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대거 참가하는 유럽국가의 업체들을제외하고 아시아지역만 보더라도 대만(3백18개사)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을뿐 아니라 이스라엘(69개사)이나 홍콩(63개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는 심지어 19개 업체가 참여하는 인도에도 뒤진다. 동남아.유럽.중국 등세계 각국에 현지법인과 판매망을 두고 세계 6위의 전자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첨단전시회 참여에 극히 소극적인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체가 머나먼 이국 땅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하는 데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한 업체가 세빗에 참가할 경우 기본 부스임대료를 비롯해 판촉물 제작비용.체류비용.전시품 운송비 등을 포함하면 최소한 2천5백만~3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참여를 신청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해 부스를 배정받기도 어려우며 또 가까스로 부스를 구한다 할지라도 구석진 자리가 할당되는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우리의 몇몇 중소기업들은 세빗에 참가해 유럽을비롯한 전세계에 기술력을 알리고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연간 매출이 1백만달러에 불과한 정보통신분야의 중소기업이 지난해 세빗에참가해 3백만달러의 상담실적을 올리고 유통망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통신단말기 생산업체도 유럽 표준형 시스템인 DECT단말기를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또 다른 중소기업은 스웨덴의 한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세빗에 참가해 홍보한 덕분에 이 회사가 마련한 15만부의 카탈로그가 동나고 하루에 50건 이상의 상담을 성사시켰다.
이같은 사례를 보면 전시회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그 쇼에 참여해서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전자업체 경영자들이 국제화에 대한 안목이 짧아 전시회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이아닌가 싶다. 기술발달 속도가 빨라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매우 짧아진 전자제품을 다루는 업체의 경영자가 첨단 전자제품 전시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업체의 전시회 참여부진 원인이 어디에 있든 첨단 국제전시회를 등한시하고 우리가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흐름에서 앞서나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세계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전세계 시장이 단일화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유럽시장을 무시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드물 것이다.
이번 세빗을 계기로 우리 업체들도 국제전시회를 첨단정보 습득과 상담으로연결시키는 "생산적인 기회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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