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소형 가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논의가잦다.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 주최로 이달에 있었던 자구책 논의모임에서는전기다리미와 전기면도기.모발건조기 등 소형 가전업체와 통상산업부.생산기술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해 소형 가전 육성방안에 대해 진솔한 의견을 나누었다. 5대 가전에 비해 뒤진 소형 가전산업을 살리기 위한 모임은국내에서는 처음이어서 그만큼 관련업계의 기대치도 높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소형 가전의 경쟁력 확보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이 자리에서 소형 가전업체들은 외산에 의해 국산제품이 급속히 경쟁력을 잃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역설했고, 정부 관계자들도 공업기반기술 개발사업 선정을 통해 소형 가전업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1월말 통상산업부는 전기면도기와 다리미.모발건조기.커피탕기 등 소형 가전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품목별 연구회를 구성하고품목별 애로기술과 원가절감 및 품질향상을 위한 발전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는 방침을 마련한 바 있다.
이같이 최근들어 소형 가전산업 육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더 이상소형 가전산업이 외산에 밀려 물러날 자리가 없고 이러다간 고사하고 말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소형 가전이 필립스나 브라운.물리넥스.내셔널 등 외산제품에 국내시장을 거의 내주고 있다시피 하고 있고,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국산제품을구경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는 소형 가전품목의 애로기술을 수렴해 공업기술기반사업의 대상으로선정, 최대한의 자금지원을 해주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이잘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에서 책정하고 있는 지원자금은 미미한 반면 대상업체들은 즐비해 있어충분히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한다고하지만 자금을 대출하는 금융기관이 담보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성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이제까지 여러번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방침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진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소형 가전업체들은 최근의 소형 가전 육성책에 대해미심쩍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자금지원에 의해 기술개발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외산에 의해 국내시장이 완전히 장악된 상태에서 생산부문의 몇 가지 기술개발만으로 국내 소형가전산업을 되살린다는 것은 국내 소형 가전산업의 심각성을 아직 절실히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소형 가전사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소재산업부터 유통시장까지 시장전반에걸쳐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소재업체들은 시장이 좁아 타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재의생산을 회피해 전기면도기의 경우 칼날.망 등 핵심부품들을 일본산 등을수입해 쓰고 있다.
그러나 소형 가전산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가전 3사 등 대기업의 노력이필수적이다.
가전 3사가 현재와 같이 소형 가전제품을 한낱 대리점의 구색상품으로나인식해 품질향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내 소형 가전산업이 계속 낙후되는 것은어쩔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대부분의 소형 가전 생산업체들이 가전 3사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에 의한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3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가 기술개발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소형 가전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생산업체의 기술은 자체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전무한 상태"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공동으로 기술과 디자인을 개발해 소형 가전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말한다.
따라서 이같은 소형 가전업체들의 주장이 이번 육성책 논의과정을 거치면서어떻게 수렴되고 시행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가전업계나 정부가 소형가전산업이 당면한 위기현실을 인정하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그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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