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가전3사, 연초부터 "우회덤핑 비상"

가전3사가 연초부터 우회덤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 상무성 국제무역국(ITA)이 미국내 전기.전자관련 노동자단체들의 멕시코와 태국산 한국컬러TV에 대한 우회덤핑 제소를 받아들여 곧 조사를 개시할 예정이고 WTO가 우회덤핑 방지제도를 정식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가 대대적인 투자를 실시해 가전제품 해외 현지생산을 늘려온 가전3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우회덤핑의 개념이 종전보다 훨씬 넓어지고 그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가전3사의해외생산에 허를 찔리게 된 것이다.

미국의 이번 우회덤핑 조사개시 결정도 가전3사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생산업체가 아닌 노동단체가 과연 제소자격을 가질 수 있느냐, 멕시코산 컬러TV는 결코 우회덤핑 혐의가 없다"는 등의 우리측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결과이다.

미국이 지난 94년말 관세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회덤핑 여부는 단순히 완제품과 수입부품의 가격차이로 결정됐다. 또 멕시코는 미국.캐나다와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국이어서 이곳에서 생산한 가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역내거래에 해당돼 우회덤핑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제3국은 물론 미국현지에서 생산되는 완제품의 조립 또는제조과정이 단순하거나 중요하지 않고(Minor or Insignificant), 수입부품이완제품에서 상당할(Significant) 경우에는 우회덤핑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바꿨다.

따라서 미국시장에서 우회덤핑 혐의를 받지 않으려면 해외현지 공장이 단순조립형태여서는 안되며 컬러브라운관(CPT)과 같은 중요한 부품을 현지에서 채용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EU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WTO출범과 함께 EU집행위는 역내외에서단순조립을 통한 반덤핑 우회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을 마련한것이다.

개정규정에서는 반덤핑관세를 회피하려고 EU내 또는 제3국에서 단순조립.생산한 제품을 대상으로 해 우회덤핑 행위를 신속하고 폭넓게 규제할 수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조사절차도 간편해져 EU내 전자업체들의 우회덤핑제소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새로 개정된 우회덤핑 판정기준을 보면 *반덤핑 조사개시 전후에 우회기지를 통해 생산이 시작되거나 실질적인 물량증가를 보이고 *반덤핑 대상국산수입부품이 완제품 재료비의 60%이상이거나 *우회생산에 의해 반덤핑 규제효과가 상쇄되고 덤핑혐의가 있는 경우 등으로 정해놓고 있다.

다만 재료비를 포함시키지 않는 현지생산 부가가치가 제조원가의 25% 이상일 경우에는 반덤핑 대상국으로부터 얼마든지 부품을 수입해도 상관없지만사실상 노무비와 경비만으로 현지 부가가치를 25% 이상으로 높이기는 매우어렵다는 것이다.

우회덤핑 조사도 9개월 이내에 종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조사개시와 동시에 역내 수입부품과 우회혐의가 있는 제3국산 완제품에 대해서도 규제가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가전3사는 최근부품업체와 공동진출해 부품 현지생산을 늘리는수직계열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도 그 한계를 지니고 있어 미국이나EU측으로부터 항상 우회덤핑 혐의를 받을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가전3사는 우회덤핑 방지제도가 WTO에 공식 채택될 경우 미국과 EU의강화된 우회덤핑 규정에선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WTO가우회덤핑 방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곧 중남미.동남아 등 나머지 지역 국가들의 우회덤핑 제소의 증가도 의미하고 있어 또한 적지않은 골칫거리다.

이에 대해 가전3사는 WTO의 우회덤핑 방지제도 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대신에 우회덤핑 제소요건을 강화시켜 제소건수를 최소화하고 특히제3국에서의 우회수출이 아닌 현지시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완제품에 대해선우회덤핑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우리정부가 힘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WTO가 채택하게 될 우회덤핑 방지제도도 미국이나 EU가 시행중인 규정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면 가전3사의 해외현지화 전략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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