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10~20대. 학력(성적)은 처지나 두뇌는 명석하고, 컴퓨터에 굉장한 흥미를 갖고 있고, 게임에 반 미쳐(?) 있고, 남과 어울리는 건전한 대중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고 혼자만의 색다른 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도전정신은 왕성하나 천성이 어두워서 주위사람과 접촉하기를 싫어한다. 그리고마지막으로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심각한 불만을 느낀다.
해커를 다룬 어느 책에서 해커로 정의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유형을 나열한 것이다. 해커들이 전부 이 조건에 들어맞을 리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가 만난 해커들 가운데서는 이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이 몇 있어 그야말로 해커 의 유형을 다시금 곰곰이 되돌아보게 만든 적이 있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평범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 친구들이었다.
사소하지만시선이 마주치는 것이 싫은 듯 고개를 아래로 하거나 옆을 쳐다보는 습관이 있고, 대화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히 부끄러워 하거나 말수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사실 그들 가운데 한 친구는 만남이 있은 후 몇 달 후 공중 통신망 에서 감히 내뱉기 힘든 거친 언어와 장난끼로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고 있음을 발견해 아연실색한 적도 있다.
도전할 대상이 정해지면 집착에 가까운 열의를 보인다든지, 또한 그것이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파악하기에 앞서 오로지 파헤쳐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한다든지 하는 점은 해커의 대표적 성향이다. 그리고 컴퓨터를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접하고 자라난, 아직 인격이 완성되기 전의 두려움 없는 청소 년세대에 주로 해커가 많다.
그런데 여기에 불행히도 남과 떳떳하게 대면하기보다는 스스로 지하세계로 움츠려들면서 지하세계에서는 매우 용감한 사람이되어 BBS나 통신망을 거침 없이 휘젓고 다닌다면 "나쁜 해커"가 될 가능성이농후한 해커예비군(!)이라 할 만하다.
비교적 단정적으로 이야기한 느낌이 없지 않아, 해커 가운데 반론을 제기 할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로 "나쁜 해커" 와 차별화되 기를 원하는 대다수의 해커들은 공감하는 바가 클 것이다.
최근까지도 방송이나 신문지상에는 외국에서 일어난 해커의 불법 해킹사례 또는 컴퓨터 범죄사건을 마치 해킹의 짜릿함을 맛보라는 듯 흥미로운 문구로 포장돼 다루어지곤 한다. 많이 아는 것을 떠받드는 사회 구조 탓일까. 우리사회 곳곳에서 은근히 해커를 우상화하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해커 대접하는 사회"를 연상케 한다.
공개적인 상업 통신망에서조차 청소년들이 컴퓨터 바이러스 샘플을 노골적 으로 공유하고 토론하며, 심지어는 바이러스 제작자를 자처하는 인물까지 나타나 우쭐대는 광경을 목격하노라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합치될 수없는 정보사회의 양지와 음지의 기로에 놓인 어린 세대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문제는 청소년들의 해커에 대한 동경심을 유발하고 해킹의 도덕적 잣대조차 혼란스럽게 만드는 등, 계도노력은 커녕 기성세대의 몰염치한 형태 가곳곳에서 벌어지니 참으로 심각한 일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그다지 쓸모없는 해킹기술에 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하는가. 이제 본격적인 국제 통신망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를 위한 방향으로 해킹테크닉을 한층 발전시킬 의무가 있는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항상 외국의 해커들에게 해킹을 당해야만 하는지, 아직까지 우리나라 해커가 외국의 시스템을 해킹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컴퓨터 보안 전문가 양성"이라는 교묘한 명분으로 해킹기법을 적나라하게 소개한 어떤 책의 서문에서 따온 것이다. 해킹 심리를 부추겨 한 권의 책이라도 더 팔려는 출판사의 부도덕성에는 차마 마땅한 수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 책 안에는 온갖 해킹과 크래킹 기법이 적나라하게 소개되어 있을 뿐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실전(?)을 유도하는 선정성으로 가득 차 있다. 불행히도 서점에는 이와 유사한 책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에는 국내 모 회사에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1만원에 산다"는 메시지를 통신망에 올려놔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회사에서 그런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더욱 지탄받아야마땅하다. 이 모두가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저질러진 일들이다.
거실에 PC가 놓여 있고, TV쟁탈전마냥 가족 간에 PC쟁탈전이 벌어지는 모습은 아름답다. 어차피 컴퓨터는 TV처럼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 중요한 것을 거실과 같은 양지에서 쓰도록 환경을 가꾸는 일. 그 책임은 누구보다 기성세대의 몫이다.
<컴퓨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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