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류] 용산전자상가 조립PC 메카 "옛말"

용산전자상가가 급격한 구조개편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명실공히 한국 컴퓨터 산업의 상징이자 조립PC의 메카로 공인받고 있는 용산전자상가내 업체들이 단순히 대기업의 PC 대리점이나 부품판매점으로 전락 함으로써 유통구조가 완전히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는 그동안 컴퓨터관련 기기 및 소프트웨어는 물론 가전.오디 오.조명품 등 다양한 전기전자 품목과 전문화된 각종 매장을 확보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조립PC상가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뜰한 PC구매처를 제공 하고 파워유저에게는 원하는 사양을 선택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전 용산상가를 상징해왔던 대표적인 매장으로 여겨졌던게 사실.

그러나 최근 용산상가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PC유통구조 변혁의 주역인 PC조립상가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가 국내 PC메이커나 수입업체 대리점 및 판매상으로 전환하고있으며 일부는 채산성이 악화돼 아예 문을 닫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내에서도 조립상가가 가장 밀집해 있는 선인상가의 경우 올해2백여 PC조립업체들 가운데 60%가 넘는 1백30여 업체가 다른 업종으로 전환 했거나 폐업했다.

7백여 컴퓨터 관련 업체가 입주해 있는 전체 선인상가로 보면 조립상가의 비율이 30%에서 10%이내로 줄어든 셈이다.

그나마 PC조립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업체들마저 컴퓨터 주변기기나 소모 품판매까지 겸업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용산터미널 상가에도 1백여개의 조립상가운데 20개 업체가 올해 완제품 판매로 돌아섰다.

용산의 조립PC업체들의 전.폐업은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고있다. 우선 삼성.삼보 등 대기업 PC메이커들이 최근 끊임없는 가격하락 정책을 펴고 있는데다 조립품과 PC메이커 완제품의 가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 장큰 요인이 되고 있다.

PC메이커들은 부품공급 원가가 하락되고 제품공급의 대량화로 인해 해마다 전체 시스템가격을 지속적으로 하락시키고 있다.

가격하락 정책은 고급기종이 나오면서 기존의 구형기종의 가격을 자연스럽게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PC조립 제품과의 가격차가 줄어들면서 메이커제품과 조립제품간의 판매마 진율도 그만큼 좁혀지는게 당연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5~30%까지 이르던 조립제품의 판매마진율이 최근에는 10%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최근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PC메이커제품의 판매마진율인 12~13%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일정한 인력확보가 필요한 조립매장에서는 적어지는 마진율에 높아가는 임금을 부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때문에 PC조립업체들은 국내 메이커나 수입업체의 대리점 및 판매상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가격파괴점이 경쟁적으로 설립되고 있고 연중무휴 지속되는 백화점의 노마 진세일 등 유통시장 전체에 일고 있는 PC의 가격파괴바람도 용산 PC조립상가 에한파를 몰고 온 요인. 이들 가격파괴점은 용산이 내세우고 있는 "저렴한 PC공급처 란 장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저가격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이 무력화됨에 따라 용산 조립PC업체 의최대 약점인 부실한 애프터서비스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가 보다 체계화되어 있는 대기업에 맞서 대항해왔던 용산 조립PC상가의 최대 무기이자 방패는 저가격정책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상실은 채산성의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PC환경에 멀티미디어화 바람이 일면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화된 것도PC조립업체들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

PC환경의 멀티미디어화는 고성능PC와 주변기기를 필요로 한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PC메이커들은 대부분의 주변기기를 장착한 일체형 제품을 선보이고있다. 소비자의 구매패턴도 완제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PC와 주변기기의 가격이 고가일 경우 우선 필요한 제품만을 골라 사용하는 것이 유용하지만 가격이 하락되면서 굳이 조립PC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PC조립상가의 퇴조기미는 이미 지난 93년 말부터 시작됐다. 당시에 전체 PC상가의 40%까지 육박했던 PC조립업체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 것.

특히 비수기인 6월이면 매년 대규모의 전.폐업 업체가 속출해 지금은 PC조 립상점수가 전체상가의 20%수준을 밑돌고 있다.

PC조립상가의 몰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진행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PC구매 패턴이나 PC환경의 변화등으로 인한 전체 유통구조의 변동차원에서 몰락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문을 닫거나 전업을 하는 업체들 가운데에는 자본력이 약한 영세업체뿐 만아니라 중견업체들도 적지 않다는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용산PC상가는 이제 시스템운용능력이 필요한 전문 인력보다는 영업을 위주 로하는 영업맨들로 바뀔 것이다. 조립매장이 일반판매상으로 대체되어가고있기 때문이다.

용산상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매장에는 항상 품목변경이나 매장교체가 수시로 이루어지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예년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며 이는 올들어 심화되고 있는 PC유통시장 변화와 무관치 않으며 대부분은 PC조 립업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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