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32비트 운용체계 "한글윈도우95"가 마침내 모습을드러냈다. MS는 지난달 28일 0시를 기해 "한글윈도우95"와 "한글플러스!" 한글오피스95 "한글웍스95" 등 1년이상 미뤄온 32비트 운용체계와 응용프로그램 4종 을한꺼번에 내놨다. 이와 함께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네트워크 MSN 도 이날부터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
한마디로 한국시장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볼수있다. 이번에 발표된 한글윈도우95는 도스와 윈도 등 세계 SW시장을 석권하고 있는2종의 운용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것. 한글오피스95도 MS워드.엑셀.메일.파 워포인트 등 업무용 패키지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정상급 제품으로 구성돼 있고, MS웍스도 만만치 않은 시장점유율을 과시하고 있다. 새로 발표 된 "한글윈도우95"용 유틸리티 모음 "한글플러스!"를 제외하면 명실공히 각분야를 석권한 SW패키지들이다.
판매가격도 한글윈도우95가 25만원(업그레이드 10만원), 플러스 4만원, 오피스95 52만원(프로페셔널 62만원, 업그레이드 28만원), 웍스95 4만5천원(업 그레이드 2만5천원) 등에 불과하다.
판매방식도 깜짝쇼를 방불케 하는 기발한 전략을 구사했다. SW업체로는 처음으로 전국 2백10개의 "LG 25" 24시간 편의점과 총판점인 소프트라인 5개 직영점을 유통채널로 확보했다. 또 판매 개시시각도 28일 새벽 0시로 잡아 한밤의 특공기습작전을 연상케 했다.
제품판매가 시작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MS사의 32비트제품 에대한 파장과 그 여파를 진단하기엔 다소 이르다.
그러나 상대가 세계 SW시장을 사실상 쥐고 흔드는 공룡기업인 만큼 치밀하게준비된 MS의 32비트SW 선전포고에 SW업계 및 PC사용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선 사용자 입장에서는 빌 게이츠의 예언대로 "윈도없이는 PC에서 아무것도할 수 없는 시대"가 가시화됐다는 점이다.
운용체계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응용프로그램까지 장악하려는 MS의 손아귀 에서 벗어날 뾰족한 대안이 없다. 한글윈도우95와 오피스만 구입하면 매킨토 시수준의 편리한 그림운용체계와 문서편집기, 표계산기능, 통신, 그림그리기 멀티미디어 등 일반인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컴퓨터 기능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글, 로터스, 워드퍼펙트, 디베이스, 노턴유틸리티 등 경쟁프로그램이 병존하겠지만 운용체계를 앞세워 32비트 응용SW부문의 칼자루를 거머쥔MS편으로 소비자가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글체제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2천명이나 몰려든 한글윈도우95발표장 입구에서 PC통신사용자를 포함한 사용자단체의 항의시위가 벌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MS사는 당초 조합형 한글수준의 1만1천1백72자를 표현한 "통합형"한글에서 확장코드 부분을 제외한 기존 KS완성형 코드만을 한글윈도우95에 포함시키기 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합형 한글부분을 그대로 두고 단지 사용할 수없게끔 기능을 제한한 제품을 출시해 거센 비난을 사고 있는 것.
SW개발사들은 더욱 심각하다. 개인정보관리프로그램이나 기업체 경영정보 시스템(MIS).문서관리 등 비교적 특화된 분야의 SW개발사는 이번에 직격탄을 피했지만, 워드프로세서와 데이터베이스.스프레드시트.통신.통합프로그램을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는 업체는 초비상이다.
특히 기껏해야 비디오텍스 수준의 PC통신서비스와 팩스송수신 등의 초보적 인기능에 만족해 온 통신SW업체들은 단숨에 무장해제를 당하는 수모를 겪을것으로 우려된다.
또 IBM 로터스 한글과컴퓨터사가 보조를 맞추고 있는 OS/2와 로터스.
글등의제품군도 사활을 건 한판승부를 벌어야 할 상황이다.
특히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의 경우 지금까지 치러온 대MS와의 접전중 가장 불리한 위치에서 전쟁을 치러야 할 입장 이어서 비장한 분위기까지 감돌고 있다.
전세계 네트워크를 장악하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MSN도 국내 PC통신업체 가상대하기엔 만만치 않다.
MSN은 전세계를 연결한 MS사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문화.기업.첨단기술.학술.생활.의료 등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검색해 볼 수 있는 획기적 인방식의 PC통신서비스.
미국의 경우 지난 8월24일부터 정식 개통돼 아직 축적된 정보의 양과 품질 을검증하기 어려운 단계지만 통신요금이 파격적으로 저렴해 기존 통신업자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네트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PC통신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MSN은 국내에 독자적인 통신망을 구축하지 않고도 미국내에 구축된 첨단정보를 한반도에 팔아넘길 수 있는 체제를 갖춰 향후 정보통신 선진국들이 국내시장을 어떻게 잠식할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MS는 한국통신의 회선을 빌려쓴 미국 스프린트사 및 영국 BT사의 전용선을 재임차, 국내서비스를 실시중이다. 또 정보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및 DB서버 도 미국 레드먼드에 위치해 있다.
지난 28일부터 시판에 들어간 MS사의 32비트 신제품과 MSN서비스를 놓고벌써부터 명암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빌 게이츠의 야심찬 제품이 한국에서 얼마나 환영받을는지 성급한 단정을 내리기엔 아직 시기상조다. 그러나 지난 28일 내놓은 MS사의 신제품군과 통신서비스가 국내 컴퓨터 사용환경과 관련업체의 제품판매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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