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일시장공략 고삐 당겨라

국내 전자업계의 대일공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얻고 있다. 국내전자업체들 은 그간 소극적이었던 일본시장공략을 올해들어 자가브랜드 수출확대.틈새시장공략강화 등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환해 큰 수확을 거두고있다는 보도다.

올해전자부문 대일수출이 전년대비 60% 가까이 늘어 50억달러 수준에 이를것이라는 전망으로 이같은 성과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증가율 30%수준을 훨씬 앞서고 있는데다 대일무역 역조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앞으로 기대 를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국내 전자업계가 대일진입에 성공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지적된다. 우선 일본산 전자제품이 엔고 등의 영향으로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는데다 한국산 제품의 신뢰성이 동남아산 일본제품보다 높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일본 산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가 해외시장은 물론 자국시장에 영향을 미쳐 한일 양국간 전자산업의 구조변화까지 몰고오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성급한 분석도 있다.

그동안 일본 가전시장은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고급제품과 저가의 동남 아산 일본제품으로 양분돼 한국산 가전제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일본업체들이 엔화 강세로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자국생산제품을 대신할 공급선으로 입지조건면 이나 제품의 품질면에서 가장 나은 한국을 선정、 한국산 제품의 대일진출 여지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일본업체들이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핵심제품을 제외하고는 자국내 생산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사업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도경쟁력저하 때문이다.

그러나 가전3사를 비롯한 국내 전자업체들이 대일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부환경에 의존하는 의타적 수출구조를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엔고 등 호조건이 사라지더라도 경쟁력을 갖는 방안이 없이는 현재와 같은 호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정서에 맞는 상품이 우선 개발돼야 한다. 일부에서는일본의 전통식품인 쓰게모노(김치류)를 숙성할 수 있는 만능냉장고 등 일본 문화를 수용한 제품을 개발해 대일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아직은 제품종류 가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전3사는 최근들어 일본 수요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제품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현지 연구소를 설립, 활용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일본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현지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는점이다. 얼굴 없는 상표에다 판매마저 현지업체에 의존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위주의 수출구조로는 외부환경변화에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도 높은비중을 차지하는 OEM위주의 수출에서 이제는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자가상표수출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OEM보다 어려울지라도 일단 진입에 성공만 하면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게 큰 매력이다. 가전업체들이 현지 유통망확보를 위해 일본업체들과의 잇따른 제휴를 맺거나수출제품에 대한 AS강화.품질 조기경보체제의 구축과 해피콜 제도의 확대실시 등을 통해 양판점 판매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일본시장공략을 위한 새로운 단면 이다. 국내업체들이 일본시장 진입을 더욱 공고히하기위해서는 제품기획.개 발.유통.AS에 이르기까지 현지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우리에게 일본시장 진입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국내전자업체들이 일본 의존적 구조를 탈피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철옹성으로 여겨온 일본시장을 역으로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일본뿐 아니라 어느 세계시장에서도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으 로연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현지화의 경쟁대상도 따지고 보 면결국 일본이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극복하지 않고는 세계화도 현지화도제대로 성공할 수 없다. 대일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해 세계화의 비전을 앞당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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