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출판] 학사컴도사들 "학위" 부끄럽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담하는 전산실은 물론 관리부서인 총무부.인사부.

마케팅부서에이르기까지 요즘 기업에서 컴퓨터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은 부서는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경쟁적으로 첨단 사무환경을 구축했지만 이를운용하고 활용할만한 인력이 없어 전산화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요즘 기업들의 현실이다.

컴퓨터 관련직종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기업들은 인재가 없다고 울상이다.

컴퓨터관련학과가 정원을 몇배로 늘리고 5만개에 달하는 컴퓨터학원에서 연간 1백50만명이 컴퓨터를 배워 배출되는데도 인력이 없다는 것은 어딘가에체증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날로 치솟는 전산직종의 인기와 중요도에 비례해서 전산인력의 질이 향상되지 않고 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급 대학의 이공계열학과 가운데 전자계산학과.계산통계학과.컴퓨터 공학 과.응용통계학과.정보처리학과.전자공학과 등 컴퓨터 전문가를 배출하는 유사학과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수많은 학과에서 배출되는 인력은 갈데가 없어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기업은 사람이 없어서 난리다. 기업 들의 구미에 맞는 전산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전산전공자에 대한 기대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실정 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프로그래밍 능력을 중시하는 소프트웨어업체까지전산전공 신입사원과 전산 비전공자를 함께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전산 전공자들은 생각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한 전산 관계자는 "어설프게 배운 전산 전공자들보다 아예 컴맹인 비전공자가 더 뛰어난 전산인력이 되어 활약하기도 한다"며 "입사후 1~2년의 교육기간을 거치면 컴맹이라도 전문프로그래머로 변모한다"고 전산교육의 허점을 지적한 다. 결국 전산능력은 집중적인 교육으로 기를 수 있는 기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한 사람들이 컴퓨터를 다루는 데 능숙하기보다는전산학에 대한 개념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운 것에 불과하므로 이 정도의차이는 기업에서 실시하는 교육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교육내용도 달라진다. 과학 정보화시대에선 컴퓨터교육, 공해가 국가적 문제로 부각되면 환경교육이 국제화시대엔 회화중심의 실질적인 영어교육이 자리잡고 있다.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란 말은 바로 국가가 나아가는 방향에 앞서 필요한 인재를 배출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계는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에는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전산학은 여느 학문과 달리 비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실습해 야만 한다. 그러나 매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더 좋은 성능의 것으로 바뀌고 그때마다 그것을 구입해서 학생들 대상으로 실습시킬 만한 능력이 있는대학은 드물다. 세계적 추세인 네트워크 환경구축도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소수 대학만이 갖추고 있을 뿐이다. 상당수의 대학은 비용문제로 일반 학생 들에게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네트워크 환경에 익숙한 학생을 배출하지 못한다. 대학에도 빈익빈 부익부 원리가 적용된다.

10여년전 전산관련학과 개설이 붐을 이룰 때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임용된 교수들이 자신이 배웠던 당시의 교재를 가지고 강의하는 경우도 찾을수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학창시절 배웠던 교재를 갖고 학생들에게 강의하는데 증보판이 나올 때마다 매년 바뀌지 않는 것이 문제점이다. 결국 전산관련학과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새로이 바뀐 기술보다는 교수가 학생시절에 배운 기술과 이론을 배우기 때문에 교육수준이 낙후할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대학과 대기업이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대학은 기업을 돈만 아는 곳이라고 인식하고, 기업은 대학을 끊임없이 투자하고 육성해야 하는 교육기관으로 보기보다는 또다른 판매시장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실현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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