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료산업 육성 서둘러야

반도체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웨이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웨이퍼는 우선 반도체를 만드는 핵심.기본 재료인데다 품귀의 원인이 소재 인폴리실리콘의 공급능력 부족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주요 폴리실리콘 공급업체들이 모두 세계적인 웨이퍼 업체와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의 하나다. 상황에 따라 지분 또는 협력관계가 있는이들 업체에 우선공급해 국내 웨이퍼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세계적인 반도체 소자업체들의 잇따른 생산라인 신.

증설로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 폴리실리콘 부족으로 인한 웨 이퍼 수급차질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올해 8인치 웨이 퍼수요는 4백10만장인 데 반해 국내생산은 2백만장 정도여서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내년에도 1백50만장 이상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웨이퍼 부족에 따른 소자 생산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휼스와 LG실트론 등 국내 웨이퍼 업체들은 신규 공급선을 모색하거나 기존 공급업체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등 폴리실리콘 수급에 신경 을 쓰고 있다. 소자업체들도 해외망을 가동해 폴리실리콘 재고를 점검하고 시장정보를 국내 웨이퍼 업체들에게 신속히 제공하는 등 협력을 아끼지 않고있다. 정부도 수급파동이 가장 심할 것으로 보이는 5인치 웨이퍼의 수입선다변화의 조기 해제를 적극 검토하는 등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한다.

물론 지난 93년의 스미토모 화재에 따른 에폭시 파동처럼 해프닝으로 끝날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도의 차는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시설증설 이완료되는 97년까지는 수급차질이 불가피하며 에폭시와는 달리 폴리실리콘 은웨이퍼의 핵심재료라는 점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의지적이다. 반도체 호황은 "핵심재료의 무기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더늦기 전에 폴리실리콘과 같은 핵심재료들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재료 산업계의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투자회 수지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며 사업환경 조성을 위한 소자업체나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지난 93년 동부산업이 우수한 폴리실리콘 정제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를 독일의 바커사에 제공하고 말았던 점은 재료산업에 대한 국내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반도체소자에 버금가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저마진의 웨이퍼 나폴리실리콘 등의 재료산업 기반을 다져온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산업은 핵심이 되는 기술과 재료를 도입해서 이를 가공. 생산하는 형태를 취해 왔다. 때문에 초창기 부품산업처럼 반도체 장비.재 료.소재산업도 아직까지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들어 주변산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는 하나 상당수가 특정소자업체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어 전반적인 호응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 일본에서는 반도체 주변산업이 계열화해 있다고 하지만 우리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반도체 업체 수와 시장규모도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비나 재료 및 소재 등 반도체 주변산업의 속성상 소자업체들의 협력 이 없이는 발을 붙이기 어려운데다 시장까지 협소한 마당에 편가르기식의 상황마저 고착화한다면 주변산업의 육성은 더욱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주변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중소업체인 재료.소재 및 장비업체들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공동의 시험.연구시설을비롯해서 물리적 기반과 인력양성 지원대책 등 현실적으로 업체들이 당면 한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층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재료파동은 현재로서는 별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재료산업육성은 지금부터 서둘러도 수년 뒤에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건물은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불안할 수밖에없듯이 반도체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기초를 다지는 데 보다 더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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