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사라지고 있다. 은행에 예금된 "돈"은 그대로지만 돈하면 흔히 떠올 리는 동전이나 지폐는 사라지고 있다.
액수가 큰 금액은 신용카드로 사인만 하면 되고 공중전화 요금이나 고속도 로통행료, 지하철 요금 등은 미리 구입한 전용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된다.
일부현금 지상주의자들의 저항이 있기는 하지만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공중전화는 카드식이 더욱 늘고 있고 지하철도 미리 승차카드를 구입해놓지 않으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수해 야 한다. 최근에는 버스.택시요금 등도 카드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로 하고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또 홈뱅킹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중전화카드, 신용카드에서 시작된 "돈 밀어내기"는 선불카드 직불카드의 등장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직불카드는 상품을 구입하는 대로 그 대금이 회원의 예금계좌에서 가맹점 의계좌로 이체되는 첨단 결제시스템. 또 선불카드는 공중전화카드처럼 일정 한금액을 주고 구입하면 그 금액 한도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제도다.
신용카드는1만원 미만의 소액거래를 하기 힘들지만, 직불이나 선불카드를 이용하면 몇백원 단위의 대금지불도 쉽게 할 수 있다. 또 따로 수수료가 없고대금이 바로 입금되기 때문에 영세업자들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최근 국내에도 카드회사와 은행,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선 불카드가 보급되고 있다. 또 내년초쯤이면 직불카드도 일반인들에게 서비스 를 시작할 계획이다.
외국에는 보다 첨단화된 거래시스템이 돈을 대신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31 개 은행이 지난 2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멥(MEP)"시스템은 신용카드 크기의IC카드가 돈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현금입출금기를 통해 일정한 금액을카드에 저장한 후 돈대신 사용하는 것이다. 이 카드 하나만 있으면 자판기에 서 담배를 사기도 하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택시요금을 내는 것이가능하다. 가판신문까지 돈없이 계산할 수 있다.
원래 저장돼 있던 돈이 다떨어지면 근처의 현금지급기에서 필요한 만큼 돈을 이체시키면 된다. 동전이나 지폐가 없는 "전자지갑"인 셈이다. 멥 외에도 영국의 몬덱스, 핀란드의 아반트, 벨기에의 프로통 등 다양한 형태의 전자지갑이 현재 시험 가동중이다. 우리나라에도 광주은행과 동남은행이 가입 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에나섰다. 또 금융전산망추진위원회는 96년안으 로 전자지갑과 관련된 표준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지갑의 보급과 함께 인터네트에는 전자화폐까지 등장해 돈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 전자화폐는 인터네트의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고 카드나 은행을 통해 자동적으로 자금이 이체되도록 중계역할을 담당하는 "가상돈"이다. 일단이용자가 가상돈을 가지고 자유롭게 쇼핑하고 나면 나중에 구입한 만큼의돈이 은행의 계좌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이 돈이 위력을 가지려면 우선 안전성과 보안성이 증명돼야 한다. 미국의 사이버캐시사는 현재 가입자에게 1백달러씩의 "가상화폐"를 나눠주고 유통과 변조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디지캐시사 역시 1백만달러 상당의 전자화폐를 소비자 5천명과 50개 회사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
"인터네트상의 전자거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내의첨단기업들은 "커머스네트"란 컨소시엄을 구성, 소프트웨어에 대한 표준을 제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MIT와 프랑스에도 전자거래의 표준제정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요" 커머스네트를 추진하고 있는 제이 웨버 EIT 이사의 설명이다.
디지털사에서 인터네트를 담당하고 있는 러스 존스씨는 "이미 약 1억달러 의매출이 인터네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전자지갑, 전자화폐 등이 현금을 밀어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보관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 IC카드나 인터네트상에 일정한 암호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분실이나 도난의 염려없이 안전하고 간편하게 필요한물품을 사고팔 수 있다. 특히 IC카드는 많은 금액의 경우 따로 암호장치가 되어 있어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려도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다. 동전의 발행과 거래에 드는 돈과 인력도 절감할 수 있다. 동전을 많이 취급하는 버스나 자판기업체 등은 매일 수거되는 동전을 계산하고 관리하는 데만수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거래가 활성화되면 이같은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
또 돈을 찍는 데 들이는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말 우리나라 에서 발행한 화폐는 약 15조9억원. 전자화폐나 전자지갑이 활성화되면 여기에드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인구중 3천만명이 전자지 갑에 2만원씩만 저장해 다닌다고 가정하더라도 약 6천억원에 달하는 민간보유현금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전자거래의 활성화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돈세탁을 방지하는데도 한몫을 할 수 있다.
한국은행 전자금융과의 정호식 과장은 "전자지갑 등을 이용하면 사용자와 거래내역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전자지갑이나 자금이체가 보편화되 면자금이동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자 거래가 보편화되면 노태우씨의 비자금이 5천억원인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도쉽게 밝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돈이 자신의 왕좌를 전자거래에 물려주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을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가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관계자는전자지갑 등의 전자거래가 우리나라에 실용화되려면 최소한 20 00년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자화폐에 관련된 서비스를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는 IC카드나 보안시스템에 대한 기술력이 취약해 본격적인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전자지갑이나 전자화폐 등에 대한 정의, 부정 사용자 처리문제 등 관련 법규정 제정도 전무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 화폐의 보편화는 중앙은행이 통화조절 능력의 상실을 가져온다는 어두운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금 대신 새로운 화폐를 원하는 추세를 거스를 수는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네트를 통한 온라인 거래는 10년내 전세계 상행위 의1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화폐는 수집가의 화폐책에서나 구경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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