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 좁은 길을 돌아 강릉에서 동해, 그리고 삼척을 거쳐 다시 시 간반 정도를 쉬지 않고 달리면 경상북도 최동북단 울진. 울진-대구간 원격진 료서비스의 클라이언트인 울진보건의료원에서 원격진료의산파역을 도맡아온최상옥씨 41.의료기술서기 를 만났다. X레이 촬영기사. 필름편집자. 시스템 관리자 등 1인 3역을 맡고 있는 컴퓨터 팔방미인이다. 그가 하는 일은 방사 선실에서 X선 촬영을 실시하고, 이 가운데 원격진단이 필요한 환자의 자료를 모아 편집해 전송해주고, 아울러 이곳의 원격진단시스템이 잘 가동되도록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지역주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몸에 이상이 생겨 여간 고생스럽지 않은데도인근에 이를 치료할 만한 의료시설이 없어 면소재지 약국에서 조제해 복용하는것이 고작이었지만 원격의료 서비스 도입후 소문난 대학병원 전문의로부터 직접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보건의료원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더욱이 버스를 타고 2시간 남짓 걸려 삼척이나 포항 등 대처의 종합병원으 로가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며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지않아도 된다. 버스로 몇 분만 나가면 대구의 전문의로부터 병상 (병상)의 진전과정과 대처방법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산간벽지에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이같은 일이 현실로 실현된 것은 지난해 11월 원격의료서비스 시범사업이 실시되면서 부터.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의 하나로 경북대병원을 T1급(1.544Mbps)의 광케 이블로 연결하고 의학영상정보시스템(PACS)을 주축으로 멀티미디어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정보통신부와 보사부가 주관하고 한국통신이 사업을 전담해 이곳 울진보건의료원과 경북대병원간과, 구례보건 의료원과 전남대병원간 2곳에서 원격의료서비스를 개시했다.
컴퓨터 자료전송 오디오 비디오 등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시스템을 구축 한울진보건의료원 2층에는 경북대의대병원과 광케이블망으로 연결된 비디오 카메라.마이크.스피커가 설치돼 환자와 의사가 화상대화를 나눌 수 있는 원격의료실이 마련되어 있다. 컴퓨터 자료전송장비 등으로 구성된 동영상 진단 시스템을 갖춰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다양한 형태로 진단하고 보다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영상진단시스템도 설치됐다. 원격의료사업 은 산간이나 해안 오지의 의료현실을 한 단계 높여 국민복지를향상시킬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국내 의료인 및 오지 주민의 관심을 집중시켜왔다. 특히현재까지 축적된 의료정보시스템의 각종 노하우를 집약한다는측면에서 관계자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1년이 지나는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경북대의대와 연결된 선로도 안정되었고 시스템도 잘 돌아간다"고 최상옥씨는 말한다. 때문에 "X레이와 같은정지화상뿐만 아니라 음성.문자와 동화상까지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어 대학병원 의사들은 환자와 실제로 대면한 것처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면서 "이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개발중 "이라고 전한다.
최서기가 의학영상정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0년대 PC통신 동호회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인근 원자력발전소의 엔지니어들과 프렌드BBS 라는동호회를 만들어 수년간 지역사회의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데 정열을 쏟아왔다고 한다. 또한 환자가 의사에게 정지화상으로 진료자료를 보내고 구두진단을 받는 수준에 그쳤지만, 원격진단서비스가 도입되기 전인9 0년 10월부터 9천6백bps모뎀을 사용, X선 사진을 경북대 의대병원에 전송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최상옥씨는 "인근 개인병원들이 PACS구축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문의해 오는경우가 많지만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시설투자비와 값비싼 통신회선 사용료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PACS에 필수적인 전용선을 대구와 울진간에 연결할 경우 한달 사용료는 약 3백만원에 달해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의료나 교육 등 공공복리분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회선이용료를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최상옥씨는 지적 한다. 현재의 시스템을 이용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당뇨병.고혈 압등 성인병환자를 위한 서비스도 조만간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쯤에는 양방향으로 질의.응답할 수 있는 각종 성인병 관련 교실을 개설해 경북대 의대 병원의 강사진이 강의하는 실시간 건강강좌를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서기는 원격진단서비스 도입 이후 밤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횟수가 늘었지만 메디컬 유토피아를 구현하고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정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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