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을 가리켜 패션지향형 산업이라고 한다. 전자기술의 초진분보로 제품의 수명주기(라이프사이클)가 계속 짧아지고 소비자욕구도 감각적으로 흐른다는 반증이다.
아무리 불경기라 해도 "패션"에 충실한 제품은 잘 팔린다. 참신한 디자인 에다 타이밍만 맞춘다면 고객의 잠재구매력을 얼마든지 현재화할 수 있다.
패션과타임은 제품을 단순히 잘 팔리게 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쟁력 강화의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KIDP)이 조사분석한 소비자 구매성향 자료에 따르면 대상 소비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2.3%가 디자인이 우수해서 외산 전자제품을 구입한다고 응답해, 외산 선호의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품질보다는 디자인에 역점을 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내수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산 소형가전의 경우도 디자인이 구매동기의 제 1순위로 꼽혔다. 이같은 결과는그동안 꾸준한 기술개발로 국산 전기.전자제품이 여타 품목과마찬가지로 품 질면에서는 외산제품과의 수준차를 많이 좁혔으나, 디자인.포장.마무리 등 여타 비가격적 요소에서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음을 드러낸것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감성적인 디자인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디자인이 단순히 부가가치를 높여준다는 소극적인 개념에서 구매력을 좌우하는 핵심경쟁요소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 바이어들 이한국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았던 가격도 이제는 고려대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디자인에 더 비중을 두는 추세다.
이에 따라 유럽.미.일 등 선진국들은 산업디자인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어UR 우루과이라운드 에 이어 디자인 라운드(DR)가 새로운 수출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3년 통합의장법을 마련한 유럽연합(EU)은 국제상표법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고 미국과 일본 역시 기존 의장관련 제도를 개정 하는 등 산업디자인 보호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이같은 법적 장치로 디자인역량을 국제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디자인 후진국 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제품은 디자인에 관한 한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대만.홍콩 등 주요 경쟁국 제품에 비해서도 한수 아래로 평가되고 있다. 특 히디자인의 독창성은 물론 형태나 색상、 제품마무리 측면에서도 품질 및 기능상의 경쟁력에 비해 훨씬 낙후되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업계는 모두 종합연구소.디자인실에 멀티미디어 전담팀과 교육프로그램 등을 경쟁적으로 마련하고 차세대 디자인에 자사의 독창적인 기업이미지를 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대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95년 현재 국내 제조업체 의20%만이 디자인을 자급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산업디자인 경쟁력은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에 비해서도 전반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디자인을 무기화하는 데는 투자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투자만 확대한다고 해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기술력과 마케팅력 못지않게경쟁력 강화의 핵심수단으로 부상한 디자인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디자인의 한국화와 세계화를 구현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전통.생활패턴.의식수준 등 제반 변수들을 감안한 한국적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DR 등 배타적인 디자인 장벽을 극복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수있는 특단의 처방전을 마련、 디자인의 세계화도 이룩해야 한다. 국내 전자업계는 기술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에서도 "한국화"와 "세계화"라는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독특한 디자인을 개발할 고급인력의 양성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특출 한디자이너를 배출할 수 있는 사회적.문화적 환경、 디자이너의 역할과 위상 에대한 재인식 등 디자인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제반 요소를 재점검해 기초 부터 다져야 한다.
디자인력 제고는 디자인을 무기화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전자산업은 물론 국내 전산업계에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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