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32)

트레보르는 신경 보조 시스템에 들어가 있다. 머리를 일부 면도해서 대뇌 의전두엽을 애틀랜타의 신경 응급 구조반에 연결시켜 놓았다.

이상하게도 트레보르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어딘가 저 깊은 가상공간에서 보딩하고 있으리라. 가끔 한 번씩 다리가 들썩이고 컴퓨터그래픽 이생생한 색깔을 보일 때마다 눈이 이리저리 구른다. 더 섬뜩한것은 게임 스코어이다. 밑도 끝도 없이 스크린에 나타나는 게 시스템이 단선된 결과일 것이다. 트레보르가 하고 있던 바로 그 자리, 그대로이다. 그런데 트레보르는지금 어디 있는 것일까? * 그 재앙이 닥친 8시간 후 고비는 알타베이츠의 대기실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다른 부모들과 함께 의사와 얘기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가슴에는 이름 표가 달려 있다.

"아, 트레보르 아버님이시군요. 윈스턴 박사입니다."호리호리한 몸매에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의사가 그의 이름표를 쳐다보고 있다. 차트를 들여다보고 다시 확인한다.

"트레보르 고비 맞죠?" "네. 제가 아비되는 사람입니다. 상태가 좀 어떻습니까, 박사님?""처음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윈스턴 박사는 마치 쓸데없이 낙관할 때는 아니라는 듯 손을 들어보인다.

"다른 아이들처럼 혼수상태에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로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길 바라는 거죠." 옆의 소파를 가리키며 말한다.

"잠깐 앉을까요?" 소파에 앉은 후 의사는 VR 고글을 만지작거린다.

"뭐가 잘못된 겁니까?" "월린스키 박사의 브리핑 들으셨죠?" "네, 저도 거기 있었습니다." 그 모임을 상기하는 고비의 목소리가 희미해진다.

아이들의 가족을 위해 급히 마련된 회의석상에서 병원 측의 대변인이 상황 에대한 임시 보고를 했다.

"우선,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월린스키 박사가 연단에 몸을 기대며 말한다.

"대통령께서 방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셨습니다. 또한 애틀랜타의 신경 응급 구조반에게 외국 기관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이루어 국제적인 구조 노력에 앞장설 것도 당부하셨습니다. 이제 이 사고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아직 너무나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이해해 주시 기 바랍니다. 정확하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는 잠시 목을 가다듬은 후 메모를 들여다보며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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