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보통신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WTO 와의 합의에 따라 오는 98년부터 예정된 국내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올해말까지 완료하겠다던 개인휴대통신(PCS)과 주파수공용통신(TRS) 등7개 분야의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을 내년 상반기로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 8월말 신규사업자 허가신청 요령을 공고한 뒤 금년말까지신규사업자를 선정키로 했다. 이에따라 통신사업에 진출을 희망하던 기간 통신사업자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은 별도로 전담팀을 구성해 통신사업 진출 을위한 준비작업을 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7일 돌연 사업자 허가계획 연기를 발표하면서 허가신청 요령을 올해말까지 공고하고 사업자 선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보다 최소한 6개월 이상 늦어진 셈이다.
지난 7월 정부가 통신사업자 허가방침을 발표했을 때 일부에서 지나치게서두른다는 불만의 소리도 없지 않았으나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해 국내업체 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하루가 급하다며 서둘던 당시의 정부 입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정부가 사업자 선정을 연기하면서 밝힌 이유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정보 통신연구개발 출연금에 의한 2단계 심사방법과 PCS 무선접속방식、 CT-2(발 신전용 휴대전화) 등의 사업구역과 사업자 수에 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이에 대한 추가 의견수렴과 검토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사 업은 앞으로 미래유망업종이며 통신사업자를 어떻게 선정하느냐는 문제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책입안이나 사업자 선정은 신중하게 해야한다. 졸속이 아닌 최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면서기술력과 자본력이 있는 사업자를 선정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통부가 지난 7월초 통신시장 전면개방에 대비、 조기 국내경쟁 확대를 위해 신규허가계획을 공표하고 이어 8월 11일 허가대상 사업자 수 및 선정방식등에 관한 허가신청요령 1차 시안을 발표했을 때도 사업자 선정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우선출연금에 의한 2차 심사와 관련、 재벌들의 돈싸움이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PCS의 무선접속방식과 관련、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와 TDMA(시분할 다중접속)를 놓고 업체들간의 기술표준 논쟁까지 벌어져 단일표준으로 할 것인지 복수표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또 CT-2 전국사업자의 허가여부와 관련해서도 한국통신과 신규사업 희망 자들의 입장이 맞서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허가신청 연기가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목표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 정통부 밖의 외부 요인이라면 이는 심각한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사업자 선정기준과 관련한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시일이 필요하다면 정보통신부의 업무자세 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충분한 검토작업도 거치지 않은 채 어떻게 사업자 선정일정을 발표할 수 있었던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미 관련업계에는 정통부가 아닌 외부 입김이 작용해 내년 선거를 의식했다거나 재벌들의 특혜시비를 피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을 연기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번 사업자 선정연기가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정보통신산업 정책을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해 발족시킨 정보통신부의 기능과 역할을 정부가 스스로 격하시키는 셈이다.
또 통신정책은 전문가들이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정부 스스로가 무시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가중 시킬 우려가 높다. 또한 별도로 전담팀을 구성해 통신사업 진출을 추진했던 관련업체들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예고된 통신시장 개방에 앞서 국내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외국에 비해 통신분야에 대한 기술이 크게 뒤져 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결집시켜야 할 통신정책 이 어떤 이유에서건 하루아침에 변경된다면 결국 이로 인한 부담은 국민들 몫이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통신정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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