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정수기 품질인증기준 개정 배경

환경부가 정수기 품질인증기준을 불과 1년여 만에 개정한 것은 국내 정수 기산업의 복잡한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정수기와 관련한 일정한 규격이 없어 KS마크조차 부여될 수 없었던 80년대 중반 정수기업무를 관장한 공업진흥청은 화학검사소(현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를 통해 "Q"마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업체난립에 따른 불량품시비、 세균오염등 위생문제로 정수기가 도마에 오르면서 정수기의 품질기준이었던 "Q"마크 역시 신뢰성을 상실하고 정수기 인증제는 정수기업체들의 연쇄도산 등과 함께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되었다. 91년이후 역삼투방식이 본격적으로 선보이면서 정수기시장이 활기를 되찾자정수기업계는 정수기의 신뢰성을 보장할 엄격한 품질검사기준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숱한 논란속에서 환경부(당시 보건사회부)는 94년 1월 민간기구인 한국수도연구소에 정수기에 대해 "C"마크를、 3월에는 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 정 마크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환경부는 정부가 정수기품질인증에 적극 나설 경우 스스로 수돗물의 불안전성을 인정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인증문제는 업계차원에 서자율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품질검사를 일임한 것이다.

그러나 정수기공업협동조합과 수도연구소가 도입한 품질인증제는, 수돗물 의안전성을 평가하는 38개 항목 전체에 대해 의무적으로 검사받도록 해, 역 삼투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과성능이 떨어지는 자연여과、 활성탄방식 등 비역삼투정수기 공급업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비역삼투업체들은 정수기 마다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있고 용도가 다를 수 있는데 이러한 차이점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여과성능 중심으로 정수기를 평가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고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작년 품질인증제가 시행된 이후 "정"마크는 역삼투방식을 생산하는 웅진、 청호 등 5개 업체、 "C"마크는 4개 업체만 획득、 검사기준이 까다로웠음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정"마크나 "C"마크를 획득하지 못한 제품이 90 %를 넘었고 이 마크를 획득하지 못한 업체들이 유사마크를 남용하는 등 사 실상 품질인증제의 존립기반을 다시 위협하게 된 것이다.

환경부가 "정"마크시행 불과 1년여 만에 검사기준을 대폭 개정한 것은 현 행품질인증제의 비현실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일본처럼 냄새 、맛、 탁도 등 5개 항목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수성능만 확실하게 검사받도록 하고 나머지항목에 대해선 업체가 선택해 제품에 표기할 수 있게 해 최종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는 취지이다. 당초 협동조합은 잔류염소까지 의무검사항목에 포함시켰으나 환경부는 수돗물에 미량의 잔류염소가 함유돼 있음을 감안 잔류염소는 의무항목에서 제외했다.

환경부가 이처럼 개정안을 선뜻 수용한 것은 정수기보다 수돗물의 안전성 을 보장해야하는 입장에서 여전히 정수기와 관련 정부가 직접나서기 보다는업계차원에서 자율적인 품질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정수기 와 관련, 성능 및 효과에 대한 시비에 말리지 않고 업계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3자적인 입장을 취하려는 환경부와는 달리 정수기업체들은 이번 검사기 준개정으로 희비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비역삼투업체는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며 역삼투업체는 가격시비 미네랄여과에 따른 부작용시비에 이어 이번 검사기준개정으로 그동안의 상승가도에 다소 제동이 걸리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반응이다.

정수기협동조합에 이어 수도연구소도 의무검사항목을 대폭 줄여 미국의 NSF 안전위생국 의 방식으로 용도별.소재별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 이어서 역삼투방식의 제품은 다소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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