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PT 현지생산 재추진해야

가전3사는 그동안 EU(유럽연합) 등 경제블록과 일부 선진국의 반덤핑을 피하기 위해 현지생산을 적극 추진해 왔으나 미국에서 최근 인접국에서의 현지생산제품 수입을 놓고 우회덤핑이라며 제소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다. 미국 전기.전자관련 노동자단체들은 한국의 컬러TV제조업체들이 한국으로부터 CPT(T V용 브라운관)、 PCB(인쇄회로기판)、 기타 부품 및 부분품 등을 멕시코 및태국으로 선적해 이들 지역에서 컬러TV를 조립한 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며 지난달 11일 미상무성 국제무역국(ITA)에 우회덤핑이라고 제소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제소장을 통해 한국업체들이 멕시코 및 태국산 컬러TV를 미국 시장에 들여오는 행위가 개정된 UR(우루과이라운드)이행법에 저촉된다는 점 을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멕시코와 태국에서 조립생산되는 컬러TV용 CPT는 사이즈별 로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완제품 가격의 30~45%에 달해 UR이행법상 피규제국산 부품의 가격이 완성품 전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대(sig nificant)"할 경우에 해당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미국 전기전자관련 노동자단체들의 우회덤핑 제소로 반덤핑관세 부과 판정을 받을 경우 가전3사의 해외현지생산을 통한 세계화.현지화 전략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컬러TV로 표면화된 우회덤핑문제는 EU가 최근들어 강화하고 있는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반덤핑조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반덤핑문제는현지화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나 우회덤핑문제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세트에 핵심부품까지 현지생산해야 한다는 부담이따르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이 유럽의 반덤핑공세에는 태연자약하면서도 북미의 우회덤핑제소에 우려감을 나타내는 것은 TV의 핵심부품인 CPT의 현지생산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현지화는 개방화.블록화로 상징되는 세계무역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 수출시장개척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제요인을 제거하는게 가장 큰 목적이다. 말하자면 점증하는 신보호무역 장벽을 뛰어넘고 국 제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을 최대한 늘리자는 포석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그동안 논의돼온 CPT 현지생산계획은 어떤 방식 으로든지 재추진돼야 한다. NAFTA의 발효이후 나타난 우회덤핑문제가 재추진 의당위성을 설명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번 우회덤핑 제소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번 제소가 새로 개정된 UR(우루과이라운드)이행법상의 저촉여부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국의 컬러TV 제조업체들과 현지조립 공정간의 무역형태 등에 대해 우회덤핑 판정을 강력히 유도하고 있어 그 파장이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다.

멕시코가 가전3사의 대북미 현지화 기지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 서생산된 컬러TV가 반덤핑이라는 판정을 받게 될 경우 현재 가전3사가 추진 하고 있는 현지생산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지역에 서도 현지 생산제품에 대한 우회덤핑 제소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전 3사는 미상무성이 이에 대한 조사를 곧 개시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나서고 있다. 우선 이들 노동단체가 제소자격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를 따지고 전문변호사 등을 통해 UR이행법에 대한 해석을 면밀히 점검하고 업체별로 멕시코가 우회생산 기지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의 이같은 미봉책으로는 우회덤핑의 파고를 근본적으로 막을수없다. 국내 CPT3사가 그동안 다각적으로 검토해온 북미 현지공장설립을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지 성사시킬 때가 됐다. 설사 무혐의처분이 내려져 TV우 회덤핑혐의가 풀린다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전례로 보아 언젠가는 또다 시트집을 잡고 나올 게 분명하다.

문제는 한 업체가 단독으로 1천억원을 넘어가는 재원을、 그것도 채산성확보가 어려운 북미지역에 투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따라서 그동안 제시됐다 물건너간 정부의 "1사투자.3사공동구매"방안을 포함해 가능한 방법을 찾는 데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업계가 CPT의 현지생산 투자를 전향적으로 성사시키기를 촉구한다.

그렇지않으면 대북미지역의 TV수출이 차단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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